이종범 넘고 200안타 앞둔 서건창? 역대 꼴찌 올 프로야구 수비력 덕봐
20승 밴헤켄? 평균자책점 높네요… 52홈런 박병호? 수비부담 적었죠
OPS 1위에 933이닝 뛴 유격수… 저는 강정호를 찍기로 했습니다
저는 올해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투표 때 넥센 강정호(27)를 뽑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저도 여러분처럼 고민이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프로야구 MVP 투표권이 생겼던 지난해에는 넥센 박병호(28)를 뽑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올해 올스타전 때도 그랬죠. 인천 아시아경기 휴식기 이전만 해도 박병호 쪽으로 마음이 많이 기울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서건창(25)이 200안타를 눈앞에 두면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15일 경기까지 199안타를 친 서건창은 이미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누구도 올라보지 못한 곳에 섰습니다. 그 사이 밴헤켄(35)도 7년 만에 20승 투수가 됐고 말입니다.
이 선수들 모두, 뽑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그래서 이 선수들을 뽑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과거 MVP 성적과 비교해 보기로 한 겁니다.
먼저 서건창. 15일 기준으로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의 범타처리율(DER)은 66.6%입니다. 범타처리율은 상대 팀 야수들이 타구를 잡아 아웃 처리한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올해 범타처리율은 역대 최저입니다. 수비가 나쁘면 안타를 칠 확률이 올라가는 게 당연한 일. 이종범 한화 코치(44)가 196안타를 쳤던 1994년에는 범타처리율이 71.2%였습니다. 1994년의 범타처리율이 올해와 같았다면 당시 이종범은 224안타를 칠 수 있었습니다. 서건창이 잘못한 건 아니지만 이득을 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어서 밴헤켄. 그는 20승 6패를 거두는 동안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했습니다. 올 시즌 전체 평균자책점 5.22와 비교하면 48.7% 뛰어난 기록입니다. 그런데 이전에 투수로 MVP를 차지한 12명은 평균적으로 105.2% 좋았습니다. 밴헤켄 이전에 20승을 거둔 2007년 리오스(42)도 평균차책점 2.07로 리그 평균 3.91보다 88.9% 좋았고 말입니다. 20승은 분명 아름다운 기록이지만 밴헤켄은 예전 MVP 투수들보다 무게감이 떨어집니다.
다음은 52홈런 타자 박병호 차례. 인플레이 타구(BIP·Balls In Play)에서 차지하는 홈런 비율을 시즌별로 비교해봤습니다. 삼성 이승엽(38)이 56홈런을 쏘아 올린 2003년 이 비율은 3.6%였고, 올해도 3.6%입니다. 1999년에는 4.3%로 이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0.7%포인트가 그리 대단하냐고 물으실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차이가 큽니다. 실제 전체 홈런 수를 비교해 보면 1999년에는 1274개(경기당 1.21개)였던 반면 2003년에는 1063개(경기당 1.00개), 올해는 1151개(경기당 1.01개)입니다. 투고타저 시즌이라고 박병호 기록을 폄하할 이유는 없는 겁니다.
그런데 왜 강정호냐고요? 사실 강정호는 요즘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을 뿐 시즌 성적을 통째로 놓고 보면 결코 이들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일단 전체적인 타자 능력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OPS(출루율+장타력)에서는 강정호(1.190·1위)가 박병호(1.128·2위)보다 높습니다. 게다가 박병호는 수비 부담이 덜한 1루수, 강정호는 포수 다음으로 수비 압박이 심한 유격수로 올 시즌 933과 3분의 1이닝이나 뛰었습니다.
1994년 홈런왕은 25개를 친 김기태 전 LG 감독(45)이었지만 MVP는 이종범이었습니다. 이때도 이종범이 OPS 1위(1.033), 김기태가 2위(1.020)였습니다. 그렇다면 강정호야말로 MVP 자격이 충분한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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