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서 한걸음씩… LG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8일 03시 00분


시즌 최종전 5위 SK 패해 4위 확정
초반 부진에 김기태 감독 사퇴 홍역… 양상문 감독 부임 뒤 한계단씩 상승
19일부터 3위 NC와 준PO 격돌… 7위 롯데 김시진 감독 자진 사퇴

LG와 롯데의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린 17일 부산 사직구장. LG가 4-8로 뒤지던 7회말 3루 측에 자리 잡은 LG팬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SK가 넥센에 2-7로 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LG는 롯데에 5-8로 패했다. 하지만 5위 SK도 지는 바람에 LG의 4강 진출이 확정됐다. LG가 2년 연속 가을잔치 초대장을 받은 것은 1997년, 1998년 이후 16년 만이다.

LG의 4강행은 기적이라 할 수 있다. LG는 시즌 개막과 함께 극심한 투타 불균형 속에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기태 전 감독은 4월 말 자진 사퇴했다. 양상문 감독이 5월 13일 ‘구원투수’로 등판하기 전까지 LG는 10승 1무 23패(승률 0.303)로 최하위였다. 팀 안팎에서 “최하위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러나 LG는 거짓말처럼 뚜벅뚜벅 한 계단씩 올라섰다. 양 감독 취임 후 한 달 만에 8위가 됐고, 7월 초에는 7위로 올라섰다. 7월 말부터 5, 6위를 오가다 8월 22일 KIA전에서 승리하며 4위로 뛰어올랐다. 한때 승패 차이가 ―16이었던 LG는 62승 2무 64패(승률 0.492)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 LG의 객관적인 전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에이스 투수는 없었고, 거포로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타자 조쉬벨은 중도에 퇴출됐다. 발 빠른 톱타자도 없었고, 베테랑 선수들은 수비가 잘 안 되는 반쪽 선수들이었으며, 포수 최경철은 난생처음 주전 마스크를 쓴 초보였다. 하지만 이들이 모여 팀을 이뤘을 때 LG는 강팀으로 거듭났다. 양 감독은 “5할을 맞추지 못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2년 연속 4강에 오른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LG는 19일부터 정규시즌 3위 NC와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한편 김시진 롯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김 감독의 계약은 내년까지이지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G#포스트시즌#4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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