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S 데뷔무대서 쐐기 3점포…LG 먼저 1승 양감독 LG 데뷔전 이어 준PO 첫판 V축포
노련한 투수 리드…날카로운 2루 송구 진가 김종호·이상호 모두 잡고 NC 기동력 무력화 1차전 MVP 선정 “기선 제압 홈런 기분 좋다”
2014년 5월 13일 잠실구장. 양상문 감독이 최하위로 추락한 LG호 선장을 맡은 후 첫 경기를 치렀다. 경기 전 취재진은 LG의 포수문제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LG는 현재윤의 부상으로 무려 12년 동안 1∼2군을 오가며 백업포수로 세월을 보낸 최경철과 어깨가 아픈 윤요섭이 번갈아 안방마님을 책임지고 있었다. 트레이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양 감독은 “지금 포수 최경철, 윤요섭으로 간다”고 명쾌하게 답했다. 그날 최경철은 무려 3660일 만에 자신의 프로데뷔 2번째 홈런을 날리며 양 감독에게 첫 경기, 첫 승을 안겼다. 그날부터 시작된, 최하위에서 4위로 올라선 LG의 드라마 같은 진격에는 최경철의 안정된 수비와 투수 리드가 큰 힘이었다.
● 최경철은 ‘양상문의 사나이’…양 감독의 LG감독 데뷔전 & PS 데뷔전서 홈런포
10월 19일 ‘2014한국야쿠르트 7even세븐 프로야구’ LG와 NC의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이 열린 마산구장. LG 포수는 여전히 최경철이지만 포스트시즌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경력은 미덥지 못한 시선으로 바뀌어 LG의 약점 중 하나로 꼽혔다. 서른다섯 살의 프로 13년차. 그러나 포스트시즌 출장 기록은 2005년 SK에서 대수비로 단 1경기뿐이었다. 그나마 SK가 우승한 해에는 엔트리에도 못 들어가 가을야구를 뛰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은 포수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상대팀의 집중적인 전력분석을 이기기 위해 투수 리드의 패턴을 변신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 도루 하나, 폭투 하나, 패스트볼 하나로 경기가 넘어가기 때문에 포구 하나하나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이날 준PO 1차전은 양상문 감독의 포스트시즌 데뷔전이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최경철은 5월 13일, 그날처럼 결정적인 3점홈런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LG가 치열한 4위 싸움 끝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기 때문에 대부분 1차전은 NC가 유리하다고 전망했지만 최경철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리는 순간 사실상 승부는 LG 쪽으로 결정됐다.
1회초 NC 선발 이재학은 서클 체인지업이 아닌 직구 위주로 승부하다 난타를 당해 3점을 내주고 강판됐다. 2사 1·2루 태드 웨버가 급히 마운드에 올랐다. 최경철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타석에 섰다. 볼카운트 2B-0S. 웨버는 3구째 시속 142km 직구를 던졌다. 최경철은 몸쪽 높은 코스를 놓치지 않았다. 왼쪽 폴 오른쪽에 떨어지는 3점홈런, LG는 순식간에 6-0으로 앞서나갔다.
● 안정적 수비로 13년 베테랑 관록 선보여…준PO 1차전 MVP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홈런이었지만 최경철은 사실상 자신의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안정적인 수비로 13년 동안 묵묵히 쌓은 베테랑의 관록을 보여줬다. 선발 류제국은 포심 패스트볼(30개) 개수와 비슷한 체인지업(21개), 커브(7개)를 섞어 타자를 현혹했다.
NC가 자랑하는 발 빠른 주자 김종호(3회)와 이상호(7회)의 도루시도를 모두 아웃시키는 모습은 홈런만큼 값진 활약이었다. 기동력을 잃은 NC는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하고 멈춰 섰다. 지난 13년 최경철은 후보였고, 2군 선수였지만 이날은 LG의 최고 타자였고 포스트시즌 경기를 지배한 명포수였다.
LG가 13-4 대승을 거두면서 준플레이오프 1차전 MVP에 뽑힌 최경철은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홈런을 쳤기 때문에 기싸움에서 이겼다는 생각에 기분 좋았다. 10년 만에 터진 홈런보다 오늘 홈런이 더 좋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