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은 20일 NC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을 앞두고 양 감독을 보더니 “역시 감독님이 야구를 잘 보신다”고 대뜸 말했다. 어지간한 양 감독조차 무슨 뜻인지 바로 파악을 못했는데 박용택은 “어제 준PO 1차전 끝낸 뒤 인터뷰에서 ‘박용택이 1회 볼넷을 얻어낸 장면이 고마웠다’고 하셨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적시타를 친 이병규(7번)나 이진영, 쐐기 3점홈런을 터뜨린 최경철을 수훈갑으로 꼽았지만 그 찬스를 만들어준 숨은 영웅은 자기였다는 자랑(?)인 셈이다. 사실 박용택은 많지 않은 LG의 가을야구 역사에서 늘 활약을 펼쳤다. 신인이었던 2002년 포스트시즌(PS)과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주위의 기대에 걸맞은 공헌도를 보여줬다.
극적으로 4강에 오른 뒤 치른 19일 준PO 1차전에서도 박용택은 3번 지명타자로 나서 첫타석 볼넷에 이어 5회 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8-1까지 달아나게 만드는 쐐기홈런이었다. 이어 8회 1사 만루에서 다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보탰다. 4타수2안타 3득점 2타점 1볼넷으로 LG의 가을야구를 경쾌하게 열었다.
그럼에도 이변의 3점홈런을 친 포수 최경철에게 묻혀 1차전 데일리 MVP를 놓쳤다, 섭섭할 법도 하건만 박용택은 “나는 돈이 걸려있는 것은 잘못해도 명예가 걸려있을 때에는 잘하는 편이다. 데일리 MVP는 별 관심 없고, 시리즈 MVP 같은 더 큰 것을 노려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용택은 “정규시즌 막판 10경기 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막상 준PO 들어오니까 타격감이 확 돌아오는 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몰아치기에 원체 강한 타자인데다 농담도 허투루 하는 선수가 아니라 앞으로가 더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