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새 사령탑 루이스 판 할(63) 감독이 영국 언론으로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14∼2015시즌 초반 ‘어중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방송 패널, 라디오 해설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 블랙번 선수 로비 새비지(40)는 리그 8경기를 치른 판 할 감독의 성적표를 최근 공개했다. 전체적으로 C학점에 그쳐 성공한 것도, 실패한 것도 아닌 어중간한 성적이다. 새비지는 판 할 감독의 선수영입 능력, 전술, 철학, 언론을 대하는 자세, 경기 성적 등 총 5분야로 세분해 평가했다.
● 선수영입 능력=A-
판 할 감독의 선수 영입은 새비지에게서 완벽에 약간 모자란 A-학점을 받았다. 새비지는 “앙헬 디 마리아, 라다멜 팔카오 등은 매우 좋은 영입이지만, 중앙수비수 영입은 필수였다”고 지적했다.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판 할 감독은 디 마리아, 팔카오(임대), 루크 쇼, 달레이 블린트, 안데르 에레라 등을 영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약 200억원을 쏟아 부어 이적시장의 큰 손으로 거듭났다. 물론 지난 시즌 데이비드 모예스 전 감독이 리그 7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보다는 나아졌지만,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수비 보강에는 실패했다. 베테랑 수비수 네마냐 비디치(인터밀란), 리오 퍼디넌드(QPR), 파트리스 에브라(유벤투스) 등을 대체할 중앙수비수 영입이 다음 겨울이적시장에 절실해 보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1일(한국시간) 버밍엄 호손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브롬과의 EPL 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42분 블린트의 동점골로 2-2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수비에 여러 허점을 보였다.
● 전술=C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조국 네덜란드를 3위로 이끈 판 할 감독의 쓰리백 전술은 결국 EPL에선 통하지 않는 것일까. 새비지는 전술적 측면에 저조한 평점을 줬다. 새비지는 “판 할 감독의 전술은 두서없이 엉망이다. 그는 쓰리백 전술을 시도했으나, 바로 전형적인 포백으로 바꿨다”고 분석했다. 월드컵에선 크게 성공한 전술이었지만, 경기 흐름이 빠른 EPL에선 리더십 강한 수비수가 없다는 것이 함정이었다. 웨스트브롬전에서 쇼, 마르코스 로호, 필 존스, 하파엘 다 실바의 포백을 내세웠지만 경기 내내 빈틈이 보였다. 새비지는 이날 경기를 라디오로 생중계하던 도중 “쓰리백이든, 포백이든, 파이브백이든 수비 쪽으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쿼드가 전혀 두껍지 않다. 지금 뛰고 있는 수비라인에 진정한 리더가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웨스트브롬의 2번째 골이 들어가자 새비지는 “수비라인 사이로 트럭 4대와 항공기까지 넣을 수 있겠다”며 수시로 상대에게 빈 공간을 허용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비진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또 이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발라인업 11명 중 7명이 왼발잡이였다. 새비지는 이에 대해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 철학=C
새비지는 “판 할 감독은 자신만의 철학이 분명한 지도자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선 그의 철학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C를 줬다. 새비지는 “그의 축구철학이 무엇인지 아직 본 적이 없다. 내가 본 판 할 감독의 철학은 상대팀보다 많은 골을 득점할 수 있는 골잡이를 영입하는 것 뿐”이라고 비난했다. 초기에 고집하던 쓰리백 전술도 어느새 흐지부지 사라졌다. 또 판 할 감독은 처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에 오를 때 기자회견을 통해 “팀이 나의 방식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적어도 3개월은 걸린다. 3개월 후 나를 평가해달라”고 주문했지만, 최근 자신의 발언을 후회한다며 “3개월이라고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도 모르게 그 3개월에 신경 쓰게 됐고, 언론도 집중했다”고 변명했다.
● 언론을 대하는 자세=A
판 할 감독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은 바로 언론과의 관계다. 판 할 감독은 솔직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현지 기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 모예스 전 감독 때 현지 기자들은 “오늘 또 무슨 핑계를 댈까? 언제 경질되나?”라고 비아냥거리는 경우가 잦았다. 그만큼 모예스 전 감독에게는 미디어의 부정적 시선이 힘든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판 할 감독은 솔직하면서도 편하게 기자들과 대화하며 기자회견 때마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새비지는 “미디어 속의 판 할은 좋은 모습이다. 나는 그의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즐겨 듣고 있다”고 밝혔다. 판 할 감독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나는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길 거절한다”고 답하는 스타일이다.
● 경기 결과=C
EPL 8라운드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상대한 팀들은 스완지시티, 선덜랜드, 번리, QPR, 레스터시티, 웨스트햄, 에버턴, 웨스트브롬이다. 우승을 노리는 ‘빅 팀’을 아직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3승3무2패로 6위에 올라있다. 다음 라운드에선 리그 선두 첼시와 홈경기를 치를 예정이라 판 할 감독으로선 시즌 개막 후 최대 시험대에 오른다. 웨스트브롬전 이후 기자회견에서 판 할 감독은 “우리 팀의 능력에 믿음이 있다. 아직 완벽한 팀은 아니지만 점점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고, 첼시도 좋은 팀이지만 준비를 잘해서 좋은 결과를 얻겠다”며 “골을 허용하더라도 팬들을 위해 눈이 즐거운 축구를 해야 한다. 오늘 무승부는 만족하지 않지만 경기력은 만족했다”고 밝혔다. 새비지는 초반 판 할 감독의 경기 결과에 대해 “나의 걱정은 아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빅 팀’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단 빅 팀들을 상대할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