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월드시리즈 전망] WS 우승? 불펜 싸움이 결정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2일 06시 40분


■ 손건영의 월드시리즈 전망

KC, PS서 도루 13개…빠른 발 강점
SF, 범가너·피비 등 선발진 한수 위
불펜진 철벽…선취점이 승부 가를듯

이제 단 두 팀만 남았다. 2014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는 어느 팀의 품에 안기게 될까.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8전 전승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최근 5년 사이 3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22일(한국시간)부터 7전 4선승제로 패권을 다툰다. 1985년 이후 29년 만에 정상 정복을 노리고 있는 로열스와 2년 만의 정상 탈환이자 통산 8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자이언츠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 승리의 여신은 과연 어느 편을 향해 미소를 지을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와일드카드의 반란

두 팀은 모두 와일드카드로 힘겹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와일드카드 팀끼리 우승을 다투는 것은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당시 페넌트레이스에서 애너하임 에인절스는 99승을 기록했고, 샌프란시스코도 95승이나 거뒀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캔자스시티는 89승, 샌프란시스코는 88승밖에 올리지 못했다. 결국 올해는 페넌트레이스 90승 미만 팀끼리 겨루는 사상 최초의 월드시리즈가 펼쳐지게 됐다.

지난해까지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6차례.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를 시작으로 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2011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와일드카드 팀이 우승하는 확률을 줄이기 위해 메이저리그는 지난 시즌부터 포스트시즌 제도를 손질했다. 각 리그 별로 와일드카드 진출 티켓을 2장으로 늘려 단판 승부를 치르게 한 후 승률 1위팀과 디비전시리즈를 갖도록 변경했지만 이번에 무조건 통산 7번째 와일드카드 우승팀이 탄생하게 됐다.

● 줄어든 홈필드 이점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가 승리한 덕에 이번에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인 캔자스시티가 홈 어드밴티지를 갖는다.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는 아메리칸리그 룰로 치러지는 카프먼스타디움 원정경기에 파워가 뛰어난 마이클 모스를 지명타자로 기용하게 된다. 정규시즌 막판 부상을 당해 주전 좌익수 자리를 트래비스 이시카와에게 내준 그는 세인트루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5차전에서 2-3으로 뒤진 8회말 대타로 출전해 극적인 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정규시즌에서 9홈런에 그친 캔자스시티의 지명타자 빌리 버틀러보다 파워 면에서 한 수 위라는 평가다.

3∼5차전이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홈구장 AT&T파크는 좌중간과 우중간이 매우 넓은 곳이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로렌조 케인을 비롯해 알렉스 고든, 아오키 노리치카가 지키는 캔자스시티 외야진은 메이저리그 ‘넘버원’이다. 올 시즌 AT&T에서 나온 경기당 평균 홈런은 0.677개로 30개 구장 가운데 최하위다. 경기의 흐름이 홈런보다는 2루타나 3루타로 좌우될 공산이 크다. 1루수에서 좌익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이시카와를 비롯해 그레고르 블랑코, 헌터 펜스로 이어지는 샌프란시스코 외야진보다 로열스의 수비력이 한 수 위다.

● 승리 방정식

캔자스시티는 아메리칸리그 소속팀답지 않게 ‘스몰볼’을 추구하다.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성공한 도루는 무려 13개. 특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7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4점차로 뒤지던 경기를 역전시키는 발판으로 삼았다. ALCS 4차전에서 1회말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자 3번타자 케인에게 번트 지시를 낸 장면은 스몰볼의 압권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강점은 큰 경기 경험. 세 번째 우승 반지를 노리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파블로 산도발은 포스트시즌 들어 타율 0.326를 기록하고 있다. 간판스타 버스터 포지도 타율 0.302, 4타점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하위 타선의 분전은 더욱 놀랍다. NLCS 5차전에서 끝내기 3점홈런을 터뜨린 이시카와는 7타점을 쓸어 담았다. 수비로는 메이저리그 최고 유격수로 꼽히는 브랜든 크로퍼드와 루키 2루수 조 패닉도 5타점씩을 올렸다.

● 불펜 전쟁

단기적일수록 마운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선발진은 매디슨 범가너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보유한 샌프란시스코가 조금 앞선다. 포스트시즌 4경기에 선발로 출전한 범가너는 31.2이닝을 던져 5실점(방어율 1.42)에 그쳤다. 하지만 범가너와 제이크 피비(방어율 1.86)를 뺀 나머지 선발진은 무게감이 떨어진다.

캔자스시티는 제임스 실즈(방어율 5.63)와 요르다노 벤추라(방어율 4.85)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차전 선발로 예고된 실즈는 3경기에서 16이닝밖에 마운드를 지키지 못했다. 좌완투수 제이슨 바르가스(방어율 2.38)만이 선발진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월드시리즈는 불펜 싸움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불펜 방어율은 샌프란시스코가 1.78, 캔자스시티가 1.80으로 철벽이다. 자이언츠는 롱릴리프 유스메이로 페티트가 2경기에 출전해 9이닝 무실점으로 2승을 따냈다. 4세이브를 올린 산티아고 카시야와 좌안 스페셜리스트 듀오인 제레미 아펠트-하비에르 로페스가 방어율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캔자스시티는 시속 100마일(161km)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지는 켈빈 에레라, 웨이드 데이비스, 그렉 홀랜드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천하무적이다. 롱릴리프 제이슨 프레이저도 2승을 따내며 방어율 0을 기록하고 있다. 팀 전체 방어율도 자이언츠가 2.18, 로열스가 2.93이다. 일단 리드를 잡으면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두 팀 불펜의 짠물 투구가 이번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다.

한편 도박사들은 캔자스시티가 근소한 차로 샌프란시스코를 앞선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월드시리즈 MVP 후보로는 파블로 산도발(8대1), 버스터 포지(17대2), 로렌조 케인(9대1), 에릭 호즈머, 마이크 무스타카스(이상 10대1) 순으로 거론됐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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