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반 성남FC의 지휘봉을 잡고 친정으로 복귀한 김학범(54·사진) 감독의 별명은 ‘학범슨’이다. 30년 가깝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사령탑을 지낸 명장 알렉스 퍼거슨(73)의 이름에서 따온 별명으로, 그만큼 김 감독의 지략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성남의 ‘2014 하나은행 FA컵’ 4강전은 김 감독이 왜 ‘학범슨’으로 불리는지를 재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스플릿라운드 그룹B행이 일찌감치 확정된 성남은 객관적 전력에서 전북에 밀린다. 김 감독은 정면대결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초반부터 수비에 비중을 뒀다. 특히 승부차기까지 갈 수 있는 단판승부의 특성에 따른 선수 운용이 돋보였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까지 고려해 선수 교체를 평소와 달리 최대한 늦췄다. 결국 성남은 전북과 120분간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해 FA컵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김 감독은 23일 “보는 사람은 재미있었을지 몰라도, 나는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며 웃은 뒤 “처음부터 승부차기를 염두에 두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성남은 다음달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과 FA컵 결승을 치른다. 하루 전 “서울의 공격력이 사실 그렇게 강하지 않다”고 말했던 김 감독은 “전북에 비해 서울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뒤 “서울전 전략은 전북전과 또 다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당장 눈앞에 불도 끄기 힘들다”며 26일 펼쳐질 클래식 정규라운드 마지막 33라운드 울산전으로 눈길을 돌렸다. FA컵 결승 준비와 더불어 클래식 그룹B에서 강등권을 벗어나야 하는 과제가 김 감독 앞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