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타이거즈가 배출한 최고의 레전드가 상처투성이로 고향 팀을 떠났다. 19일 구단과 2년 재계약한 선동열(사진) KIA 감독은 25일 허영택 단장과 광주에서 만나 자진사퇴했다. 허 단장은 수차례 만류했지만 선 감독은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선 감독은 왜 갑자기 재계약에서 자진사퇴로 선회했을까.
재계약 발표 이후 선 감독에게는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협박성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쏟아졌다. 선 감독은 “가족들까지 큰 상처를 받고 있다. 많은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지역 언론에서는 9월말 선 감독이 입대를 결심한 안치홍에게 임의탈퇴 가능성을 열어두며 강한 압박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구단의 입장도 이해해야하며 계약을 맺은 프로선수는 최악의 상황도 항상 염두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언의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투박한 선 감독의 말투로 시작된 오해였지만 곧 풀렸고 안치홍의 입대도 결정됐다. 실제로 안치홍은 그동안 선 감독이 당사자에게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존중하는 선수 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선 감독은 투수의 보직 결정, 부상 선수들에 대한 발언 등에서 매우 직설적인 편이었고 그 과정에서 서운함을 느꼈던 선수들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결국 선 감독은 3년 전 처음 취임할 때 가장 자신을 열렬히 환영해 줬던 연고지 팬들과 연고지 언론들이 가장 날선 비판을 하자 1주일여 동안 깊이 고심했고 24일부터 주위에 사퇴 결심을 밝혔다.
선 감독은 사실 시즌 중반 구단 경영진에 사퇴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이삼웅 구단주 대행 겸 대표이사가 적극적으로 만류했고 “명예회복을 하자”며 재계약도 이끌어냈다. 그러나 실무진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교체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수차례 제출한 상태였다. 기아자동차 국내법인 대표를 함께 맡고 있는 구단주 대행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매우 이례적인 재계약과 3년 전 영입 이유였던 우승과 전혀 다른 방향의 리빌딩이 과제로 주어졌다. 결국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큰 반대의견과 비판을 선 감독이 버티지 못했다.
향후 선 감독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선 감독은 지금 선수시절의 자긍심까지 상처를 받으며 큰 충격과 아픔을 겪고 있다.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현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공백기간 동안 시대의 흐름에 맞는 어떠한 변화를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 최근엔 자비로 해외연수를 하는 등 선진야구를 공부하거나 이론을 깊이 파고들어 ‘전략적 이론가’ 혹은 다양한 새로운 경력을 쌓은 전직 감독들이 더 빨리 현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선 감독은 어떤 길을 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