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한국시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하노버96의 독일 분데스리가 9라운드 경기가 열린 지그날 이두나 파크.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지만, 이날도 출전선수명단에 지동원(23·도르트문트)의 이름은 없었다. 도르트문트는 또 다시 0-1로 패해 부진(2승1무6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라운드의 지동원을 만난 것은 26일 도르트문트II(23세 이하팀)와 한자 로스토크의 3부리그 경기에서였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도르트문트II에서만 5경기 연속 출전을 기록했다.
지동원은 새 시즌 개막 직전 부상을 당해 재활에 매달렸고, 부상에서 회복한 지난달부터는 2군 경기(3부)에 출전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1군 경기(1부)가 아닌 2군 경기에 나서는 만큼 아쉬울 법도 하지만, 그는 그라운드 안에서 ‘프로’가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잘 보여줬다.
이날 지동원은 종횡무진으로 뛰어다녔다. 때로는 중원으로 내려가 동료들의 공격을 지원했다. 몸을 사리지 않다보니 종종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결국 전반 도중 상대 선수와 공중볼을 다투다 강하게 충돌해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 데 이어 후반 2분 교체 아웃됐다.
지동원은 이날 그라운드 안에선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을 보여줬고, 그라운드 밖에선 함께 경기를 뛴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맏형 역할을 했다. 도르트문트II에서 지동원은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이자, 유일하게 대표팀 경력을 지닌 선수였다.
이 때문이었을까. 경기 후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선수들 중 팬들에게 사진촬영과 사인 요청을 받은 이는 지동원이 유일했다. 지동원 역시 웃으며 팬들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얼굴을 내밀었다. 공격수의 존재 근거인 득점은 아직 없지만, 그에 대한 도르트문트 팬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 현지에선 지동원의 도르트문트 데뷔전이 곧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팀이 부진한 데다 지동원의 포지션 경쟁자인 아드리안 라모스(28·콜롬비아), 치로 임모빌레(24·이탈리아) 등도 다소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시기에 다시 1부리그에서 활약하는 지동원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