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프런트가 사실상 도덕적으로 파산했다. 프런트의 말 잘 듣는 코치들을 감독 등 요직에 앉히려다 발각된 것도 모자라 이제 ‘프런트라인 코치들을 배제해 달라’는 선수들의 충언마저도 협박과 회유로 짓누른 것이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밝혀졌다.
● 줄 잇는 롯데 선수들의 양심제보, “협박이 있지 않고서야…”
롯데 주장 박준서는 선수단 대표 명의로 롯데 담당기자들에게 27일 오후 5시13분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선수단은 결단코 공필성 감독 결사반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스포츠동아가 27일 단독 보도한 ‘롯데 선수들이 최하진 사장을 만나 공 코치의 감독 임명을 결사반대하고, 이 카드를 미는 배재후 단장과 이문한 운영부장의 책임을 물어달라고 청원했다’는 기사에 대한 전면부정이었다.
박준서는 전화 통화에서 “27일 훈련을 끝내고 선수단 미팅을 통해 입장을 정리했다. 기자님이 기사를 지어서 썼다고 생각진 않으나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롯데 구단의 회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박준서의 ‘주장’과 다른 증언들이 쏟아졌다. 롯데 선수단은 현재 3갈래로 갈라져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프런트가 제시하는 ‘당근’을 받되, 더 이상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온건파, ‘프런트에 얼마나 더 당할 것인가? 이 기회에 끝장을 보자’는 강경파, ‘나는 이 싸움에서 빠지고 싶다’는 무당파가 존재한다.
이렇게 신념이 갈리다보니, 선수단 미팅에서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서둘러 문자메시지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롯데의 한 선수는 “사실관계가 어떤지는 아시는 그대로다. (선수단이 입장을 번복한 배후에 프런트의) 협박이 있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겠는가”라고 증언했다. 또 다른 선수는 “정말 이 프런트의 행태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한탄했다.
● 프런트의 파워게임, 롯데 선수들이 최대 피해자
어렵게 입을 연 롯데 선수는 논란의 24일 사장 면담에 관해 “‘특정 라인에 속하는 코치들과 야구를 하는 것이 선수들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다’는 선수단의 뜻을 최 사장에게 전했다”고 증언했다. 롯데 선수들은 ‘라인 코치 불가’라는 메시지를 당연하게 공 코치의 감독 선임 반대와 그를 미는 사람들의 책임론으로 이해했다. 비(非)프런트라인의 롯데 인사는 “롯데 선수단 사이에 프런트라인 코치를 바라보는 기류가 어땠는지는 비밀도 아닌데 왜 스포츠동아 기사가 터진 직후에는 침묵하다 오후 5시 넘어서야 저러는지 알만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럼 뭐 하러 선수들이 최 사장을 만나러 간 건지 정말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선수들은 고액연봉을 받는 이도 있겠으나 비정규직 노동자다. 구단이 방출을 시키거나 연봉을 삭감하면 마땅한 저항 수단이 없다. 신분이 불안정한 월급쟁이 신분인데 고용자인 구단에 저항하는 액션이 자꾸 비치는 현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롯데 프런트가 본지 기사의 제보자를 색출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선수들끼리도 누가 얘기를 한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구단 누구도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지경이 돼버렸다. 어쩌다, 누구 때문에 롯데가 이렇게 된 것인가? 지금 이 순간, 선수들의 뒤에 숨어서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을 이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