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넥센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열린 27일 목동구장. LG 채은성(24·사진)은 3-5로 뒤진 7회 1사에서 3루수로 선발출전한 손주인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1B-0S에서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으나 2루수 땅볼 아웃. 단 2개의 공을 보고 아웃됐지만 값진 첫 포스트시즌 경험이었다. 그는 “교육리그에서 일본투수들의 공을 많이 보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달랐다”고 시원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채은성은 한국에서 준PO를 지켜보지 못했다. 같은 기간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교육리그에 참가 중이었다. 그는 “PO에 맞춰서 올라올 수 있다”는 코칭스태프의 언질을 받았다. 그러나 “단기전은 매 경기가 살얼음판 승부인데 경험이 적고 막판 컨디션마저 떨어져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기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LG 양상문 감독이 PO 명단에 채은성을 전격 합류시켰다. 일본에서 매 경기 2∼3개의 안타를 생산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던 그의 모습이 양 감독의 귀에 들어간 것이다. 양 감독은 “교육리그에 일본의 수준 높은 투수들이 대거 참가했는데 은성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채은성은 프로 데뷔 초기 포수 전향과 현역 입대, 스티브블래스증후군(목표물에 갑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는 증상)과 포지션 변경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교육리그에선 타격 도중 손목에 공을 맞아 미세골절을 입었고, 겨우내 재활에만 매달렸다. 불운이었다. 다행히 대만에서 열린 2군 전훈에 합류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2군에서 4할이 넘는 맹타를 휘두르며 5월 27일 잠실 삼성전에서 양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생애 첫 1군 명단에 포함된 그날 선발출전해 2타수 1안타로 데뷔안타를 뽑아내기도 했다. 초반 18경기에 선발출전해 타율 0.400(55타수 22안타)을 때리며 활약했다. 그러나 약점인 몸쪽 승부와 컨디션 저하에 부딪히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에게 플레이오프는 보너스 게임과 같다. “우연찮게 명단에 들었는데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순천 효천고 출신으로 전국대회 8강이 가장 큰 대회였다고 수줍게 웃는 채은성. 1차전에서 터진 윤석민의 역전 3점홈런을 떠올리면서 “높은 공을 밀어서 홈런으로 만든 파워가 대단하다. 나도 대타로 나서게 될 텐데 한 순간 결정력을 갖기 위해 집중하려고 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