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마일의 사나이’ 요르다노 벤추라(23)가 벼랑 끝에 몰린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구해냈다.
29일(한국시간) 카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캔자스시티 선발투수로 등판한 벤추라는 시속 100마일(161km)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앞세워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선발타자 전원이 합작 15안타를 폭죽처럼 터뜨린 로열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10-0으로 대파했다. 시리즈 전적 3승3패로 균형을 이룬 두 팀은 30일 같은 장소에서 월드시리즈 패권을 놓고 최후의 승부를 펼친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로열스는 에이스 제임스 실즈가 매디슨 범가너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2선발 벤추라가 출격한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며 29년 만의 우승 기회를 살렸다. 벤추라는 2회초 1사후 헌터 펜스에게 1루 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허용해 실점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브랜든 벨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마이클 모스가 밀어친 타구를 우익수 아오키 노리치카가 펜스 앞에서 잡아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로열스는 2회말 자이언츠 선발 제이크 피비를 공략해 대량 득점을 올렸다. 11명의 타자가 7개의 안타를 집중시키며 7점을 뽑아내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위기는 3회초에 찾아왔다. 벤추라는 트래비스 이시카와를 맞아 시속 99마일(159km)짜리 강속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낸 후 컨트롤 난조에 시달리며 볼넷 3개를 연속으로 허용해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게다가 다음 타자는 자이언츠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두 차례나 이끌었던 3번타자 버스터 포지. 하지만 로열스의 네드 요스트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고 벤추라에게 신뢰를 보냈다. 초구를 노려 친 포지의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가는 병살타로 연결되자 4만 여 관중은 벤추라를 향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후 안정을 찾은 그는 7회까지 안타와 볼넷을 각각 2개씩만 허용했을 뿐 별다른 위기 없이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포스트시즌 들어 유독 승리와 인연이 없었지만 월드시리즈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맛봤다. 1967년 이후 월드시리즈에서 승리투수가 된 16번째 루키로 이름을 올렸다.
벤추라의 포스트시즌 데뷔는 참혹했다. 1일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2로 앞선 6회초 무사 1·2루에서 제임스 실즈를 구원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브랜든 모스에게 3점홈런을 허용하는 등 0.1이닝 2실점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른 것. 우여곡절 끝에 9-8로 어슬레틱스를 물리치고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하자 요스트 감독은 벤추라를 2선발로 기용했다.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벤추라는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해 팀이 4-1로 승리하는데 크게 기여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는 5.2이닝 4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하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23일 열린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5.1이닝 2실점으로 자이언츠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데 이어 이날 호투로 월드시리즈 방어율을 1.46으로 끌어 내렸다.
1패만 더하면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이 좌절될 위기에서 벤추라는 최근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오스카르 타베라스를 추모하는 의미로 ‘R.I.P O.T #18’라는 문구를 자신의 모자에 새기고 마운드에 올랐다. ‘R.I.P’는 ‘Rest in peace(영면하소서)’의 약자로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문구다. ‘O.T’는 오스카르 타바레스 이름의 약자이며, ‘#18’은 타바레스의 등번호다. 비장한 각오로 역투를 한 벤추라는 팀도 구하는 한편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절친 타베라스에게 의미 있는 마지막 선물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