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넥센이 4일부터 7전4선승제로 시작되는 한국시리즈(KS)를 앞두고 있다. 강력한 중심타선과 불펜진의 힘 등 비슷한 점이 제법 많지만 전혀 다른 모습도 눈에 띈다. ‘큰 무대’ 경험이 바로 그것. 삼성이 사상 첫 통합 4년 연속 우승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2008년 넥센은 창단 후 첫 진출한 KS에서 우승의 부푼 꿈을 안고 있다.
삼성은 그야말로 2000년대를 주름잡은 최강팀이다. 9번의 KS에서 6차례 대업을 이뤘다. 외야수 박한이(35·사진)는 삼성의 프랜차이즈로 오래 활약하면서 이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박한이가 입단한 2001년부터 삼성은 빠짐없이 가을야구의 ‘단골손님’이었다. 단 4차례(2003년, 2007∼2009년)만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박한이는 3일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한두 번이 아닌 만큼 편하게 즐기면서 하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하지만 이미 만반의 준비를 끝낸 모습이었다. 선수단의 목표의식은 어느 때보다 뚜렷했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사상 첫 통합 4년 연속 우승에 자신과 팀의 이름을 아로새기겠다는 것이다.
박한이가 내세운 삼성의 강점은 경험이다. 그는 “단기전은 긴장감이 (정규시즌과 달리) 2∼3배는 되고, 체력적으로도 2경기 이상을 뛴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KS만 10번째 뛰고 있는데 덜 긴장하는 팀이 이긴다는 걸 배웠다. 승패는 거기서 갈린다”고 말했다.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프로 입단 첫해였던) 2001년 첫 KS에서는 긴장을 많이 했다. 손이 땀이 나서 공을 쥐고 던지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에둘러 ‘넥센도 다르지 않다’는 말을 전한 것이다. 근거도 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보면서 경험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그는 “LG는 욕심이 강했고, 넥센은 선수 자신의 모습만 보여줬다”고 잘라 말했다. KS 경험이 처음인 넥센보다 삼성이 분명 ‘한 수 위’라고 방점을 찍었다.
반면 넥센 선수들은 패기와 열정, 그리고 첫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주장 이택근(34)은 “히어로즈가 창단해서 7년이란 긴 시간 끝에 KS에 발을 디뎠다. 힘들었던 선수들이 많았는데, 반드시 우승해 특별한 KS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강정호(27)도 “동료들과 우승을 갈망했다. 후회 없는 모습 보여 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