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이브왕 이후 어깨 무리 ‘슬럼프’ 투구폼 수정 후 남다른 노력…“이제 감 잡아”
“말이 좀 길어져도 되나요?”
손승락(32·넥센·사진)이 물었다. 10월31일 잠실구장. 넥센이 LG와의 플레이오프(PO)에서 세 번째 승리를 먼저 거두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직후였다. 그러나 말이 채 길어지기도 전에 울컥, 설움이 먼저 올라왔다. 지난해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던 정상의 소방수가 잠시 말문을 닫은 채 눈시울만 붉혔다. 입술을 비죽거리며 솟아오르는 눈물을 막았다. 그리고 그가 다시 입을 열자, 그동안 차마 꺼내지 못했던 진심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 나는 마운드에서 상대팀 타자들이 아닌, 나 자신과 늘 싸워야했다. 이제 그 승부에서 조금은 이긴 것 같다”고 했다.
시작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1월이었다. 세이브왕 손승락은 데뷔 후 최고의 겨울을 보냈다. 정작 스스로는 자신의 공이 성에 차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들 ‘손승락은 2013년이 최고일 것’이라고들 했다. 그게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공에 좀 더 많은 움직임을 주고, 어깨에 무리가 안 가는 폼으로 투구동작을 바꿨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초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이제 다 됐다’고,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깨달았다. ‘아직은 아니다’라는 걸.
다시 예전 폼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한번 택한 길, 쉽게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훗날 돌아봤을 때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것 같았다. 마운드에 올라가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를 들고 내려올 때마다, 남몰래 자신을 다잡았다. 손승락은 “한 시즌 동안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도 쉬지 않고 공을 던졌다”고 했다.
1년이 흘렀다. PO를 준비하던 넥센이 자체 청백전을 치렀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던 손승락에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느낌’이 왔다. 그는 “100%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순간적으로 감이 왔다. 나를 찾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행복했다”며 “지금까지 잘 버틴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몸 상태를 묻는 염경엽 감독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감독님, 이제 저 믿고 쓰셔도 좋습니다.”
4일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그는 넥센이 2점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무사히 막았다. 데뷔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 넥센의 소방수 손승락이 가을의 마운드에 우뚝 섰다. 그는 이야기의 끝에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남들이 알고 있는 손승락보다 저는 훨씬 더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