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어쩌려고 이런 선수를 데려 왔는지 모르겠다." 올해 스프링캠프를 찾은 모 방송사의 해설위원은 그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팬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그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206에 2홈런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이 그를 데려온 건 '신의 한 수'였다. 그는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이틀 연속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을 살린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야마이코 나바로(27)다. 나바로는 정규시즌에서도 팀의 톱타자 고민과 2루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준 복덩이였다.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308에 31홈런, 25도루.
그는 19살에 메이저리그 보스턴과 계약했을 정도로 자질이 뛰어난 선수였다. 처음 몇 년 간은 팀 내 유망주 1, 2위로 평가받았다. 그렇지만 실력에 비해 인성과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 훈련을 게을리 하기 일쑤였고,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피츠버그 시절이던 2012년에는 음주 운전으로 경찰에 체포돼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했다.
지난해 겨울 삼성 스카우트 팀이 도미니카공화국을 찾았을 때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방출돼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리그에서 홈런 1위(8개)와 타점 1위(38타점)에 오를 정도로 실력은 출중했다. 몇몇 일본과 한국 구단이 관심을 표명했지만 계약까진 이르지 못했다. 여전히 인성에 물음표가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과감했다. 일단 그를 데려오기로 했다. 충분히 길들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그는 예전의 게으른 모습을 버리지 못했다. 훈련 시간에 지각했고, 땅볼을 치고는 1루로 전력으로 뛰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나바로는 서서히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통합 챔피언에 오른 삼성의 분위기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분위기메이커 박석민(29)은 때론 꾸짖고, 때론 장난을 치며 형님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일본에서 '용병'으로 뛰었던 베테랑 이승엽(38)은 함께 식사를 하면서 고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야구를 하는 그를 다독였다. 구단은 엄마와 그의 남동생을 한국으로 데려와 함께 머물게 했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그는 비로소 야구의 재미를 깨닫게 됐다. 나바로는 "개막 둘째 날 대구 안방경기에서 4타점으로 활약한 뒤 수훈 선수가 됐을 때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며 뜨거운 응원을 보내줬다. 그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챔피언 반지를 끼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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