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 땅땅 치는 잠실… 누가 땅 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0일 03시 00분


KS 승부 분수령… 10일 5차전


두 감독 모두 “잠실은 우리 땅”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 4차전이 끝난 뒤 “잠실에서 우리가 강하다. 잠실에서 두 번 승리해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승부를 넥센의 에이스 밴헤켄이 등판할 수 있는 7차전까지 끌고 가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이어 인터뷰실에 들어온 넥센 염경엽 감독 역시 “우리도 잠실에서 강하다. 우리 투수들이 잠실에서 편하게 던진다”고 말했다. “단기전은 잘 치는 것보다 잘 막아내는 게 더 중요한 싸움”이라고 늘 강조하던 염 감독이다.

잠실은 두산과 LG가 안방으로 쓴다. 이 때문에 잠실 방문경기 수는 다른 구장의 두 배다. 선수들이 여느 방문 구장보다 편하게 느끼는 게 당연한 일. 게다가 구장이 넓어 홈런 부담이 적기 때문에 특히 투수들이 좋아한다. 5.62인 올 시즌 팀당 평균 득점이 잠실에서는 4.50으로 낮아졌다.

그렇다면 한국시리즈 맞대결 중인 두 감독 중에서는 누구 말이 맞았을까. 일단 류 감독 말에는 거짓이 섞여 있다. 삼성은 올 시즌 잠실에서 16경기를 벌여 5승 11패(승률 0.313)에 그쳤다. 잠실에서 삼성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5.63으로 올 시즌 전체 평균자책점 4.52보다 컸고, 0.850을 기록한 팀 OPS(출루율+장타력)도 잠실에서는 0.703으로 나빠졌다.

반면 넥센은 잠실에서 10승 6패(0.625)로 강했다. 넥센 타자들은 잠실에서 OPS 0.804를 기록했는데 9개 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넥센 3번 타자 유한준(33)은 “잠실에서는 공이 잘 보여 타자들이 모두 편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넥센 투수들이 잠실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 3.52 역시 NC(3.37)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기록이다. 넥센은 잠실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 4차전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확실히 잠실에서는 넥센이 더 강한 팀이다.

그러나 5차전 선발 투수만 보면 사정이 다르다. 삼성 밴덴헐크(29)는 지난해부터 잠실에서 3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37을 기록하고 있다. 세 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점 이하 실점)를 기록했다. 반면 넥센 소사(29)는 잠실에서 통산 평균자책점이 5.26이나 된다.

두 감독 모두 “5차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삼성 팬들은 밴덴헐크가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넥센 팬들은 2차전 때 2와 3분의 2이닝 동안 6실점으로 부진했던 소사가 ‘맙소사’ 모드에서 벗어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