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형제 FA(프리에이전트)’가 탄생한다. 그것도 한 해에 동시에 FA가 된다. SK 외야수 조동화(33)와 삼성 내야수 조동찬(21)이 주인공이다. 어쩌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기회. 그래서 둘 다 이번에 FA 신청을 할 계획이다. FA 제도가 도입된 뒤 지난해까지 FA 신청은 총 168건이었는데, 그 중 형제 FA는 없었다. 한때 유력 후보로 꼽히던 정수근-정수성 형제가 있었지만, 정수성은 FA 자격을 얻지 못하고 은퇴했다.
조동화와 조동찬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쓰임새가 많은 선수로 평가받는다. 우선 조동화는 빠른 발을 바탕으로 폭넓은 수비와 도루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37도루로 4위에 올랐고, 통산 167도루를 기록했다. ‘번티스트(번트+아티스트)’라는 별명처럼 기습번트와 희생번트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 희생번트 부문에서 28개로 1위에 올랐고, 개인통산 희생번트 175개는 현역선수 중 박진만(194개)에 이어 2위다. 작은 체격(프로필상 키 175cm)의 핸디캡으로 2000년 신고선수로 SK에 입단해 눈물 젖은 빵을 먹은 그는 각고의 노력으로 자신만의 장점을 특화하면서 프로 데뷔 15년 만에 어렵게 FA까지 도달했다.
2002년 2차지명 1라운드에 삼성에 지명될 정도로 유망주로 평가받은 조동찬은 지난해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시즌 도중 무릎 부상 여파로 등록일수가 부족했다. 올해는 스프링캠프에서는 무릎통증이 발생하는 바람에 조기 귀국했고, 새로 영입된 외국인선수 야마이코 나바로가 출중한 기량으로 2루수 자리를 장악하는 바람에 출장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2루수와 유격수, 3루수가 가능한 멀티플레이어인데다 형처럼 작전수행 능력이 뛰어나다. 통산 147도루와 71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빠른 발과 펀치력도 갖추고 있다.
올 시즌에 앞서 “열심히 해서 둘 다 대박 터뜨려보자”며 의기투합했다는 조동화-조동찬 형제. 과연 누가 더 높은 몸값을 기록할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FA 시장의 관전 포인트다. 조동찬은 17일 전화통화에서 이에 대해 “나도 궁금하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순박한 웃음을 터뜨리더니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둘 중 한 명이라도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다. 내가 아니어도 형이라도 대박이 나면 좋겠다”며 진한 형제애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