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원정 평가전에서 0-1로 졌다. 40년 묵은 이란 원정 징크스를 깨지 못했고, 역대전적의 열세도 9승7무12패로 심화됐다. 14일 요르단 원정에서 1-0 승리를 거둔 ‘슈틸리케호’는 10월 A매치 2연전(파라과이·코스타리카) 1승1패를 포함해 출범 이후 반타작 승률로 올해를 마감했다.
긍정과 부정의 요소가 함께 발견됐다. 명불허전의 가치를 뽐낸 손흥민(레버쿠젠)과 완벽하게 부활한 이청용(볼턴)이 주도한 공격 2선의 날카로움,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중심이 된 중원은 돋보였다. 그러나 불안한 수비와 전혀 파괴적이 못했던 최전방은 아쉬움을 남겼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릴 아시안컵에서 54년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려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 헐거운 뒷문
이란 미드필더 사르다르 아즈문이 후반 37분 결승 헤딩골을 터뜨리기 전만 해도 한국의 뒷문은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알 힐랄)와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버틴 중앙수비는 탄탄했다. 실점 장면에서 상대를 놓친 순간적 판단 미스는 아쉬웠어도, 합격점을 줄 만했다. 자원이 풍성한 좌우 풀백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경쟁에 합류한 골키퍼 진영도 마찬가지.
그러나 물음표가 붙은 이들도 있다. 또 다른 중앙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2014브라질월드컵 실패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요르단 원정을 풀타임 소화한 두 선수는 잦은 실수로 불안감을 안겼다. 호흡이 잘 맞지 않았고, 위치 선정에서도 불안한 장면을 되풀이했다. 특히 김영권은 10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1-3 패) 때도 안정감을 보이지 못했던 만큼 이번 중동 원정에서 분발이 필요했다. 따라서 부상으로 이번 원정에서 제외된 김주영(서울)의 대표팀 합류 여부에 따라 이들 중 누군가는 호주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주영을 포함한 26∼30명 내에서 아시안컵 엔트리를 추리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 찜찜한 원톱
요르단전에서도, 이란전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점유율에 비해 최전방은 고립돼 있었다. 좀처럼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4차례의 A매치 중 2경기(코스타리카·요르단)에선 전형적인 원톱 전략을, 다른 2경기(파라과이·이란)에선 제로(0)톱에 가까운 전술을 구사했다. 이번 원정에선 박주영(알 샤밥)이 이동국(전북)을 대신한 원톱, 이근호(엘 자이시)가 조영철(카타르SC)이 맡았던 제로톱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에 가까웠다. 측면과 2선에서 돌파와 공간 확보가 이뤄졌지만, 최전방에서 방점을 찍지 못했다.
결국 원톱에 최적화된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울산)이나 남다른 골 감각을 자랑해온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의 부상 공백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슈틸리케 감독으로선 아시안컵을 위한 공격라인 정리에 골머리를 앓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