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현대캐피탈이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29·콜롬비아·사진)를 교체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이 맞붙은 1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 모든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던 현대캐피탈 안남수 단장이 보이지 않았다. 김기중 코치도 벤치에 없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한국전력에 0-3으로 져 2연패에 빠졌다. 20일 현재 승점 10(3승 6패)으로 5위다. 한 경기를 덜한 LIG손해보험이 승점 9(3승 5패)로 여차하면 7개 팀 가운데 6위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안 단장은 20일 현재 해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단 관계자는 “단장이 휴가를 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중대한 시기에 단장이 현장을 비운다는 것은 외국인 선수 교체 같은 긴박한 상황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배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가메즈는 이날 아예 출전 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현대캐피탈은 “아가메즈가 부상 때문에 뛰지 못했을 뿐 팀 승리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여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가메즈 스스로도 이미 현대캐피탈에서 마음이 떠난 듯하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경기 전 미팅에서 아가메즈가 명단에서 빠졌다고 얘기했더니 그리스 출신인 우리 팀 외국인 선수 쥬리치가 ‘조만간 그리스 리그에 아가메즈가 온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하더라. 에이전트를 통해 다른 구단을 알아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 2005∼2006시즌부터 2년 동안 뛰었던 루니(미국)를 제외하곤 외국인 선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우승도 루니가 있던 2시즌이 전부다. 2010∼2011시즌 세계적인 선수였던 소토(푸에르토리코)를 영입했지만 득점 8위, 공격성공률 7위에 그쳤다. 당시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성적이 나빴다.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던 것도 그때부터였다. 아가메즈 역시 지난 시즌 한국에 오면서 ‘세계 3대 라이트 공격수’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현대캐피탈을 4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승은 인성을 갖춘 ‘한국형 외국인 선수’ 레오가 맹활약한 삼성화재였다.
현대캐피탈이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다고 해도 다음 달 6일 시작되는 3라운드는 돼야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는 아가메즈로 버티거나 아가메즈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다른 나라 리그도 한창 시즌 중이라 쓸 만한 선수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 진출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전통의 명가’ 현대캐피탈의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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