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E챔피언십 36위 그쳤지만 좋은 경험 몸으로 부딪힌 LPGA는 수준이 달랐다 20개의 기술로도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 선배언니들·린시컴의 환영에 어리둥절 ‘즐기면서 투어’ 인비언니 조언 기억 남아
“정말 즐겁고 좋은 경험이었다. 2015년이 기대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4시즌 신인왕 백규정(19·CJ오쇼핑)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그녀의 표정은 밝았다. “성적은 별로였지만 얻은 게 많다. 내년이 기다려진다”며 LPGA 첫 출전 소감을 밝혔다.
백규정은 10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펼쳐진 하나외환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에비앙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김효주(19·롯데)와 함께 내년부터 LPGA 무대를 누빈다.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장에서 끝난 LPGA 투어 2014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은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앞둔 백규정에게 예비고사였다. 이 대회에서 그녀는 공동 36위에 그쳤다.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미리 LPGA 투어를 경험하면서 해결해야 할 숙제와 희망을 동시에 얻었다.
백규정은 “(박)인비 언니, (유)소연 언니, (이)미향 언니 등 많은 선배들이 미국에 온 걸 축하해줬다. 심지어 하나외환챔피언십 연장전에서 나에게 져 우승을 놓쳤던 브리타니 린시컴(미국)까지도 환영해줬다. 그런 분위기는 처음이었다. 미국에 가기 전 ‘잘할 수 있을까’라고 조금은 긴장했는데,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했다. 무척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느낌은 좋았다. 그 대신 또 다른 숙제를 안고 왔다. 미국 무대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했다. 백규정은 이번 대회에서 유독 그린 플레이에 약점을 보였다. 대회 1라운드에서 34개의 퍼트를 했고, 2∼3라운드에서 31개씩의 퍼트를 적어냈다. “내 실력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에서 5가지 기술만으로도 통했다면, 미국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0개, 20개의 기술로도 부족해 보였다.”
백규정은 올해 KLPGA 투어에서 3승, LPGA 투어에서 1승을 거뒀다. 실력 면에서 결코 뒤질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몸으로 직접 부딪혀본 LPGA 투어는 새로운 세계였다. 백규정은 “선수들의 수준이 달랐다. 날카로워 보였고 정확했다. 한국에서 보던 모습이 아니다”며 더 이를 악물었다.
예비고사를 마친 백규정은 확실한 2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는 즐겁게 투어생활을 하는 것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투어를 즐기는 선배들을 보면서 그녀의 생각도 달라졌다. 백규정은 “‘즐기면서 하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특히 인비 언니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좋은 성적을 내려는 것 자체가 욕심이다. 그런 마음을 비우고 즐기면서 투어생활을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줬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골프를 배웠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한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신인왕을 차지하는 것이다. “대회 첫날 롤렉스 어워즈에 참석했다. 그날 신인상을 받은 리디아 고(뉴질랜드·한국명 고보경)를 보면서 ‘내년에는 내가 저 무대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꼭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백규정은 더 바빠졌다. 이번 대회까지 11주 연속 강행군을 펼쳤지만 쉴 시간이 많지 않다. 당초 내년 2월 호주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좀더 빨리 LPGA 투어에 도전하는 쪽으로 수정했다. 내년 1월 28일 예정된 코츠 챔피언십이 백규정의 LPGA 투어 공식 데뷔전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