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세계는 냉정하다. 실력으로 그 선수의 가치가 수치화돼 평가된다. 특히 프리에이전트(FA)로 팀을 옮긴 선수의 평가 잣대는 더 엄격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NC 손시헌(34·사진)은 모범 FA 사례다.
손시헌은 지난 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 4년간 30억원에 NC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첫 해 타율 0.293, 5홈런, 39타점으로 제 역할을 했다. 숫자에는 나타나지 않는 손시헌의 가치는 더 높았다. 97경기밖에 뛰지 못했지만 팀 득점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홈으로 파고들다 무릎 부상을 당한 까닭이었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자 완전하지 않은 몸으로 경기에 나서는 투혼을 발휘했다.
손시헌은 동료들도 인정하는 선수다. NC 박민우(21)는 신인왕을 거머쥔 뒤 “손시헌 선배님께 감사드린다”며 “선배님이 실수를 해도 항상 ‘괜찮다’며 마음을 잡아주셨다. 또 실수를 하면 마음에 담아두지 말되 그 다음을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실제 박민우는 선린중학교 시절 모교를 방문한 손시헌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우러러 보는 대선배였는데, 어느새 키스톤콤비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는 “꼭 조언을 듣지 않더라도 선배님이 플레이 하는 걸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눈을 반짝였다.
비단 박민우뿐 아니다. NC 내야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손시헌을 유독 잘 따르고 있다. 그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자 모자에 손시헌의 등번호인 ‘13번’을 유독 크게 써놓고 복귀를 바라기도 했다. NC 김경문 감독 역시 “(손)시헌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며 그의 가치를 높이 샀다
손시헌은 동료들의 칭찬에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내가 좋은 선수들 덕분에 즐겁게 야구했다”며 공을 돌리고는 “특별히 한 것도 없다. 그저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도와주려고 했는데 후배들이 잘 따라와 줬다. 또 즐겁게 맥주 한 잔 하면서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끝났다. NC는 4강에 들었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높은 곳을 봐야한다. 내년 시즌에도 후배들과 함께 열심히 뛰겠다”고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