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 선수가 트레이드나 자유계약선수(FA) 제도를 통해 다른 팀으로 옮기면 응원했던 팬으로서는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연고지 스타만큼 ‘충격’을 받지는 않겠지만 외국인 선수도 다르지 않다. 내년에는 동지에서 적이 된 외국인 선수를 여럿 보게 된다. 넥센이 먼저 시작했다.
올해 시즌 도중 LG 유니폼을 입은 외야수 스나이더를 데려왔다. 스나이더를 ‘풀어 준’ LG도 움직였다. 올해 나이트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넥센에 온 소사와 계약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넥센과 LG가 외국인 투수와 타자를 맞바꾼 셈이다. 한화도 가세했다. 롯데에서 3년을 뛰었던 투수 유먼과 2012년 삼성에서 14승(3패)을 올렸던 탈보트를 영입했다. 탈보트는 올해 미국 독립리그와 대만에서 활약했다. 소사는 KIA, 넥센, LG 등 세 팀이나 경험하게 됐다.
▽올해 A팀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가 내년에 B팀에서 뛰려면 A구단으로부터 일종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단, 처음부터 재계약할 의사가 없다면 계약 연도 종료일(11월 25일) 이후 다른 모든 구단과 접촉할 수 있다.
문제는 구단이 재계약을 제안했지만 선수가 받아들이지 않을 때다. 이 경우 구단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2년 동안 다른 구단(해외리그는 상관없음)에 가지 못하도록 임의탈퇴로 묶거나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다. 유먼은 롯데에서 재계약 제안을 하지 않았기에 자유의 몸이 됐고 스나이더와 소사는 재계약을 위해 협상을 했지만 몸값 등을 놓고 이견이 생기자 ‘다른 곳을 알아보라’며 풀어줬다. 반면 올해 한화에서 뛰었던 외야수 피에는 구단이 임의탈퇴 선수로 처리했다.
▽‘외국인 선수 재활용’의 성공적인 사례로는 KIA에서 두산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투수 레스가 꼽힌다. 2001년 KIA에서 7승 9패를 기록하고 퇴출됐던 레스는 두산으로 옮긴 2002년 16승(8패)을 거둔 뒤 일본으로 진출했고 2004년 다시 두산으로 돌아와 다승 공동 1위(17승)까지 차지했다. 올 시즌 도중 퇴출되긴 했지만 나이트도 재활용을 통해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탈바꿈한 선수다.
2010년 삼성에서 6승 5패(평균자책점 4.54)에 그쳤던 나이트는 2011년 넥센으로 옮긴 첫해 7승 15패(평균자책점 4.70)로 부진했지만 2012년 다승 2위(16승 4패)로 맹활약했고 이듬해에도 두 자리 승수(12승 10패)를 거뒀다. 물론 실패 사례가 더 많다. SK는 2012시즌을 앞두고 KIA에서 3년을 뛰었던 로페즈를 영입했다. 2009년 다승 공동선두에 오르며 KIA의 우승을 이끌었던 로페즈였지만 SK에서는 3승 2패만 기록한 뒤 시즌도 마치지 못하고 짐을 쌌다.
▽이전까지 외국인 선수 재활용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재계약 제안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부진했다면 데려갈 팀이 없었을 테고, 재계약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부메랑 효과를 우려해 임의탈퇴를 신청하는 게 대세였기 때문이다.
재활용 외국인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국내 리그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힘깨나 썼다는 선수들을 데려왔지만 국내에서는 마이너리그 출신보다 못한 경우가 많았던 것도 외국인 선수 재활용을 선호하게 된 배경이다. 곧바로 다른 직장을 찾으면 선수들도 좋고, 구단으로서도 이득이 된다.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어렵게 구할 필요도 없고 몸값 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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