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나주환 등 4명 갈 곳 못찾아… 몸값에 비해 보상규모 너무 큰 탓
日은 팀내 연봉따라 3등급 나눠… 최하등급 영입땐 보상의무 없어
올해도 ‘미아’가 나왔습니다. ‘대박’은 남 얘기일 뿐입니다. 나주환(30) 이재영(35·이상 전 SK) 이성열(30·전 넥센) 차일목(33·전 KIA) 등 4명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여태 갈 곳을 찾지 못한 겁니다. 내년 1월 15일까지 모든 팀과 협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상황이 끝난 건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은 원 소속 팀으로 돌아갈 확률이 제일 높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우선 협상 기간 때보다 몸값이 내려갈 겁니다. 게다가 협상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리게 됩니다. 시장에서 그들을 원하는 팀이 없다는 게 확인된 상황에서 구단이 급할 게 없으니까요. FA 신청을 한 게 이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된 겁니다. 이 탓에 FA 자격을 갖추고도 신청하지 않는 선수도 적잖게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팀에서 이들을 원하지 않는 제일 큰 이유는 보상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FA를 데려오는 팀은 그 선수의 올해 연봉 3배 또는 연봉 2배와 보호선수 20명 외 한 명을 그 선수의 전 소속 팀에 줘야 합니다. 스타급이 아닌 FA 선수들을 데려오기엔 보상 규모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이 탓에 구단과 선수 모두 피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구단에서는 희소성을 감안해도 특급 FA들의 몸값이 너무 높다고 불평하는 반면, 준척급 FA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없게 되는 겁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다. KBO는 이달 열리는 실행위원회(단장 회의)를 통해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저는 꾸준히 등급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FA 제도를 참고하는 겁니다. 일본은 팀 내 연봉 1∼3위는 A등급, 4∼10위는 B등급, 나머지는 C등급으로 선수를 구분합니다. A, B등급은 FA 신청 횟수에 따라 보상 내용이 달라지지만 C등급은 아무런 보상 의무도 없습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일본과 같은 등급제를 운영했다면 이재영과 차일목은 C급에 해당돼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었을 겁니다. 투수와 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포지션이니 지금처럼 반응이 냉랭하지도 않았을 테고요. 이들이 올해 받은 연봉을 기준으로 하면 이재영은 1억2000만 원, 차일목은 8000만 원이니 구단에서 크게 부담이 되는 금액도 아닐 겁니다.
나주환과 이성열은 B급에 해당합니다. 두 선수는 이번이 첫 FA이니까 연봉 60%를 주든지 아니면 연봉 40%와 보호선수 28명 외 1명만 보상하면 됩니다. 연봉이 더 많은 나주환(2억 원)을 예로 들면 1억2000만 원을 보상하든지 아니면 8000만 원과 선수 한 명을 주면 되는 겁니다. 보호선수가 28명이라면 전력 누출이 덜할 게 당연한 일입니다.
저는 이게 현행 제도보다는 팀과 선수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KBO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정금조 KBO 운영육성부장은 “10개 구단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모두 현재 등급제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록등급제와 연봉등급제를 모두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제도 모두 장단점이 있어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 중”이라며 “FA 제도가 바뀌었을 때 팀 간 전력 균형에 미칠 영향까지 검토해 최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