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든 선수들이 있다.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8)의 몸에는 푸른 피가 흐르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적토마’ LG 이병규(40·등번호 9번)는 왠지 집에서도 줄무늬 옷을 입고 있을 것만 같다.
두산 하면 김동주(38·사진)다. 1998년 두산의 전신인 OB에 입단한 뒤 올해까지 그는 17년간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 한 팀에서만 1710개의 안타를 쳤고, 293개의 홈런을 날렸으며, 1097개의 타점을 기록했다.
이미지도 곰과 비슷했고, 힘도 곰처럼 셌다. 팬들은 언젠가부터 그를 ‘두목 곰’으로 불렀다. 누가 뭐래도 그는 두산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그가 팀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김진욱 감독 재임 시절이던 지난해 시즌 중반 2군으로 떨어진 뒤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송일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올해는 아예 1군 경기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부상에 따른 부진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두 감독이 팬들의 비난을 뒤집어쓰면서까지 그를 기용하지 않은 데는 말하기 힘든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김동주는 반발했다. 시즌 중 “팀을 떠나겠다”고 폭탄 선언까지 했다. 기회를 박탈당한 데 대한 억울함의 표시였다. 시즌 후 두산은 그에게 코치직을 제안했지만 김동주는 현역 생활 연장을 바랐다. 결국 그는 자유계약선수가 됐다.
많은 팬들이 ‘두목 곰’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면서도 그를 응원했다. 그가 새 팀에서 명예를 되찾고, 기회의 땅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랐다.
하지만 그가 새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 제공자가 김동주 자신이라는 게 더 안타깝다.
그의 새 둥지로 가장 유력했던 팀은 신생팀 KT였다. 조범현 KT 감독이 김동주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어 했고, 김동주 역시 백의종군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막판에 일이 틀어졌다. 결국 돈 문제였다. KT가 제시한 금액은 1억 원 안팎이다. 그런데 김동주는 예전에 받던 연봉의 절반은 받아야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그의 연봉이 6억 원이었으니 3억 원 정도는 받고 싶다는 것이다.
김동주는 2009년부터 3년 연속 한국 프로야구 최고 연봉(7억 원) 선수였다. 하지만 그건 모두 과거의 일이다. 그를 둘러싼 환경도 변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는 올 시즌 1군 출전 경기가 한 경기도 없는 선수다.
일본 프로야구에 나카무라 노리히로(41)라는 선수가 있다. 호쾌한 스윙이 트레이드마크였던 그는 2002년부터 3년간 퍼시픽리그 최고 연봉인 5억 엔(약 47억 원)을 받는 일본 야구 최고 스타였다. 현재 김동주와 같은 나이였던 3년 전 그는 요코하마와 연봉 500만 엔(약 4700만 원)에 계약했다. 전성기 시절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당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믿고 기다렸더니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요코하마 소속으로 뛴 그는 시즌 후 방출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 팀을 물색하고 있다. ‘전국구 에이스’로 불리며 롯데 시절 연봉 7억 원을 받았던 손민한(39)도 지난해 5000만 원에 NC 유니폼을 입었다.
KT 관계자는 “김동주의 합류가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김동주 정도의 무게 있는 스타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우리 팀 젊은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본인 스스로가 깨닫지 않으면 입단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가 가슴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 봤으면 한다.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는 이유가 돈 때문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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