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의 공백을 투수가 메워야 하는 건 다소 ‘난센스(허튼 소리)’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넥센은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강정호의 대안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유력 주자는 유격수 경쟁을 펼치는 윤석민(29)도, 김하성(19)도 아닌, 한현희의 몫이다.
한현희는 올 시즌 선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시즌을 마치고 내년 시즌 구상에서 한현희를 중용하겠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한현희가 올해까지 프로에서 3년을 뛰었는데 정체되지 않으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현희는 최근 2년(2013~2014년) 동안 각각 27홀드와 31홀드로 이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팀의 필요와 맞물리며 내년부터 선발수업을 받는다. 더욱이 넥센은 내년 강정호가 빠질 확률이 높아지면서 공격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타율 0.356-40홈런을 친 그의 공백을 타선에서 메우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약해진 타선은 투수진에서 보강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 올해 준우승하며 더 이상 올라갈 곳은 정상밖에 없는 넥센이다. 염 감독은 평소 “강정호의 가치는 우리 팀의 15승 정도에 해당한다. 그가 빠질 경우 15승의 가치를 메워야 한다. 선수를 발굴하는 것보다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출발점은 빈약한 선발진을 보강하면서 조직력을 키우는 일이다.
넥센은 올해 20승을 올린 팀 에이스 앤디 밴 헤켄과 재계약에 성공했고, 새 좌완 외국인투수 라이언 피어밴드를 영입했다. 이들이 기대만큼 활약한다면 선발로테이션 두 자리는 문제가 없다. 반면 국내 선발진은 문성현과 오재영이 있지만 아직까지 두터운 신뢰를 주지 못했다. 문성현이 넥센의 국내 선발진 중 가장 많은 9승을 따냈지만 로테이션을 자주 걸렀다. 8명의 투수가 상대 경기에 따라 선발등판했지만 이는 믿음직한 선발이 없다는 방증이다. 오재영이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내년 시즌을 기대케 했지만 여전히 선발 한 자리는 오리무중. 한현희가 선발진에서 단단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야구는 내년 시즌부터 변혁에 들어간다. 제10구단 체제가 출범하고, 올 시즌 팀당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16경기가 늘어난다. 늘어난 경기수만큼 선수층이 두꺼운 구단이 장기 레이스에서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야구는 선발싸움’이라는 말이 있듯이 선발진이 탄탄한 구단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넥센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도 결국은 삼성의 강한 선발진에 넥센의 ‘필승 불펜조’가 체력적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염 감독의 체질 개선이 넥센에게 내년 연착륙을 안겨다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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