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키워드로 풀어본 2014 한국야구 10대 뉴스

2014년 프로야구는 수많은 불멸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추억의 뒤편으로 사라져갔다. 1. 삼성은 4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해 21세기 최강팀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2. 한국 야구대표팀은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아시아 최강을 재확인했다. 3. 한국 리틀야구대표팀도 미국에서 열린 2014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는 기적을 써내려갔다. 4. 롯데는 CCTV 선수단 사찰이 밝혀져 사장과 단장 등 프런트 수뇌부가 동반 사임했고, 선수단과 프런트가 팬들 앞에 사죄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5. 넥센 서건창은 프로야구 전인미답의 단일시즌 200안타 고지를 정복했다. 사진｜스포츠동아DB·넥센히어로즈

■ 삼성 통합 4연패·서건창 200안타…한국야구 신화 쓰다

2014년은 프로야구가 9개구단 체제로 치르는 마지막 시즌이었다. 내년 시즌부터 신생팀 kt가 1군 리그에 진입하면서 10구단 시대를 열게 된다. 2014년 갑오년은 그런 만큼 한국야구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해였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하루가 멀다 하고 깜짝깜짝 놀랄 만한 대형 뉴스들이 연이어 터졌다.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를 망라해 2014년을 장식한 한국야구 10대 뉴스를 키워드(가나다순)로 정리해본다.

삼성, 타고투저 흐름 속에서도 통합 4연패 위업
AG 2연패·리틀야구 우승 등 한국야구 겹경사
롯데 CCTV 내홍…구단들 감독교체 칼바람도

서건창, 사상 첫 200안타…정규시즌 MVP 등극
최정·장원준·윤성환 80억원대 FA 계약만 3명
김광현·양현종 메이저리그 도전은 다음 기회로

1. 감독교체

한 시즌에 무려 6개 구단 사령탑이 바뀌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우선 LG 김기태 감독이 시즌 초반이던 4월23일 자진사퇴의 뜻을 밝혀 충격을 줬다. 이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5개 팀 감독이 바뀌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사표를 냈고, 두산 송일수 감독은 계약기간이 2년이나 남았지만 경질됐다. SK 이만수 감독과 한화 김응룡 감독은 재계약에 실패했다. KIA 선동열 감독은 재계약 5일 만에 자진사퇴를 하고 말았다. LG는 양상문 감독이 시즌 도중 새롭게 사령탑에 부임한 뒤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SK는 김용희, 두산은 김태형, 롯데는 이종운, KIA는 김기태, 한화는 김성근 감독을 새롭게 영입했다.

2. 금메달

한국야구가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대표팀은 해외파 없이 엔트리 24명 중 프로 최정예 23명과 아마추어 1명으로 구성했다. 류중일 감독(삼성)이 지휘한 대표팀은 예선에서 3전승을 기록하며 준결승에 올라 중국을 격파한 뒤 9월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6-3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에서 7회까지 2-3으로 끌려갔지만 ‘약속의 8회’에 한꺼번에 4점을 뽑아내며 역전했다. 이로써 한국야구는 2010광저우대회에 이어 2연패에 성공했고, 아시안게임에서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4년 히로시마대회 이후 6개 대회 중 4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 리틀야구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이 세계 정상에 태극기를 꽂았다. 만 12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은 8월2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2014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결승전에서 미국 시카고 대표를 8-4로 꺾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1984년과 1985년 우승 이후 29년 만의 우승 쾌거였다. 유소년 전용 야구장이 전국에 7개뿐인 한국은 단일 국가 출전 기준(리틀야구팀 700개 이상 보유)을 채우지 못해 ‘코리아(KOREA)’ 대신 ‘아시아퍼시픽(Asia-Pacific)’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어야 했다. 그러나 놀라운 집중력과 투지로 아시아 지역 예선을 포함해 11전 전승 우승이라는 값진 열매를 따내면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4. 서건창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200안타를 친 타자가 나왔다. 넥센 서건창(25)이다. 올해 팀의 1번타자로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370(543타수 201안타), 7홈런, 67타점, 135득점, 48도루라는 성적을 남겼다. 타율·최다안타·득점 3관왕. 시즌 201안타와 135득점은 모두 신기록이며, 17개의 3루타도 시즌 최다 3루타 신기록이었다. 2012년 신인왕을 수상한 뒤 2년 만에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등극했고,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물론 동아스포츠대상을 비롯한 각종 언론사 시상식까지 휩쓸었다. 연봉도 올해 9300만원에서 내년 3억원(222.6% 인상)으로 뛰어올랐다. 한 신고선수의 간절한 노력이 마침내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5. 타고투저

올 시즌 프로야구를 요약한 키워드는 단연 ‘타고투저’다. 3할 타자만 무려 36명이 쏟아졌다. 반면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는 단 1명도 없었다. 팀 성적도 타고투저를 여실히 증명했다. 삼성은 역대 최고 팀타율인 0.301을 기록했다. 1987년 삼성이 세운 0.300을 뛰어넘어 사상 2번째 3할대 팀타율에 성공했다. 반면 ‘꼴찌’ 한화의 팀방어율은 6.35로 치솟았다. 경기당 6점 이상의 실점을 내줬는데, 프로야구 원년 최악의 방어율을 남겼던 삼미(6.23)보다 높은 수치였다. 각 팀마다 외국인타자의 가세로 숨 쉴 틈 없는 타선을 갖췄고, 연이은 신생팀 창단으로 인한 투수들의 경기력 저하와 좁아진 스트라이크존도 큰 몫을 차지했다.

6. 통합 4연패

2014년도 한국야구의 주인공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넥센을 4승2패로 꺾고 가을야구 정상에 올랐다. 2011년 류중일 감독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상대에게 우승을 내주지 않고 사상 최초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투타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릭 밴덴헐크가 방어율 3.18로 이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고, 팀 타율은 역대 최고인 0.301을 기록했다. 최고령 3할-30홈런-100타점을 올린 이승엽의 건재와 ‘홈런 치는 1번타자’ 야마이코 나바로가 빛났다. 특급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일본프로야구 한신으로 진출해 올해만큼은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삼성은 ‘천하무적’ 시대를 열었다.

7. 폐쇄회로(CC)TV 내홍

롯데는 대대적 전력보강에도 2014시즌 4강에 실패했다. 롯데가 전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로 프런트의 지나친 현장간섭이 꼽힌다. 그 상징적 사건이 롯데 최하진 대표이사의 지시로 선수단 숙소에서 자행된 폐쇄회로(CCTV) 감시였다. 3월 시범경기 때부터 CCTV로 선수단 사찰이 비밀리에 이뤄졌는데 5월에 이 일이 들통 나고 말았다. 시즌이 끝난 뒤 사건의 실체가 밝혀져 진짜 몸통인 최 대표이사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롯데 프런트는 이종운 감독을 선임하며 사태를 봉합하려 했으나 롯데 팬들은 들불같이 들고 일어났다. 결국 최 대표이사, 배재후 단장, 이문한 운영부장이 모두 물러났다.

8. 포스팅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3명의 선수가 시즌 후 나란히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SK 김광현은 기대치보다 낮은 20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에도 꿈을 위해 단독교섭권을 획득한 샌디에이고와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끝내 사인하지 못하고 리턴했다. KIA 양현종은 김광현보다 낮은 포스팅 금액을 받아들어 KIA에 잔류했다. 넥센 강정호는 야수 사상 최초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12월에 포스팅에 도전해 500만2015달러를 써낸 피츠버그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하게 됐다. 강정호의 협상마감시한은 1월 21일 오전 7시다.

9. 프리에이전트

2014시즌 후 한국프로야구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은 그야말로 ‘억’소리가 났다. 사상 최초로 총액 80억원대 계약이 터져 나왔다. 80억원대 선수만 해도 무려 3명이나 된다. 역대 FA 최고액인 86억원에 SK에 잔류한 최정을 비롯해 두산 장원준(84억원), 삼성 윤성환(80억원)이 그들이다. 삼성 안지만은 역대 FA 불펜투수 최고액인 65억원에, SK 김강민은 56억원에 원소속구단에 남았다. 박용택 역시 4년간 5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계약으로 LG에서 계속 뛰게 됐다. 28일까지 FA 계약 총액은 무려 약 615억원으로 지난해 523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액이다. FA를 선언한 선수 19명 중 이재영, 나주환(이상 SK), 이성열(넥센)은 아직까지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10. 합의판정

심판들의 오심과 미흡한 사후대처로 판정 불신은 극에 달했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메이저리그의 비디오 판독 제도를 본 따 후반기부터 한국형 비디오 판독인 심판합의판정 제도를 도입했다. 현장의 감독이 오심이라고 생각하면 해당 상황에 합의판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오심으로 밝혀지면 1차례 더 합의판정 요청을 할 수 있게 했다. 초기엔 합의판정 요청 시간제한(이닝 도중에는 30초 이내, 이닝 교대 시에는 10초 이내)을 두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갈수록 정착됐다. SK 이만수 전 감독은 1이닝에 두 차례의 비디오 판독 기회를 모두 써 성공시키는 등 합의판정은 승부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스포츠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