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은 2년 연속 4강에 올라가지 못했고, 감독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숙소에서 선수단을 감시한 CCTV 불법사찰까지 드러나 야구단 대표이사와 단장, 운영부장이 사퇴했다. 그런데 롯데 새 프런트 수뇌부는 11월 말 경남 통영에서 열린 납회에서 “2015년 연봉재계약은 섭섭하지 않게 해 주겠다”고 선언했다. 왜 갑자기 롯데의 인심이 후해졌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롯데 새 프런트가 2014년 몰락의 책임을 선수들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 야구계와 롯데 내부에서조차 롯데 사태의 인과관계를 착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선수들이 야구를 잘했으면 CCTV 사건이 터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터졌다 해도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책임전가론이 그것이다. 롯데 이창원 대표이사와 이윤원 단장은 최소한 이런 착각에는 빠지지 않았음을 ‘통영 선언’을 통해 보여줬다. 즉 ‘2014년 롯데가 야구를 못한 것은 선수들 탓이 아니라 필드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잡음을 만든 프런트 잘못’이라는 기본적 반성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롯데가 2015년 연봉을 칼같이 책정할 수 없는 사유가 있다. 롯데의 운신을 제약하는 숨은 칼날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다. 인권위는 11월 롯데 CCTV 사건이 불거진 뒤 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일반적이면 늦어도 12월 중순에는 정책권고 등 결과가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롯데 사태를 국회로 끌어들여 인권위 조사의 방아쇠를 당긴 정의당 심상정 의원 측은 “인권위 조사 발표는 해를 넘길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이유는 “인권위가 롯데 야구단이 선수단에 보복을 하는지를 지켜보고 최종 판단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즉 연봉협상에서 불이익이 있는지를 감시하겠다는 얘기다. 롯데가 ‘연봉협상까지 인권위 허락받고 해야 되느냐?’고 할만하지만 잡음을 일으키지 않는 쪽을 택한 셈이다.
롯데가 잔뜩 움츠린 덕에 이번 겨울 연봉 테이블은 별 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결국 롯데의 진짜 연봉 진통은 2015년 이후로 유예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단장이 “2015년 연봉부터는 확실히 고과대로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그냥 단순한 원칙론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