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힘은 체력. 7개월에 달하는 장기레이스에서 체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정신력과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겨우내 갈고닦은 기술도 ‘말짱 도루묵’이다. 때문에 식단과 훈련으로 체중을 관리하며 체력을 키운다. 넥센과 한화는 바로 양 극단에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웨이트트레이닝을 강조하며 지금의 ‘팀 컬러’를 만들었고, 한화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의 체중 조절에 방점을 찍으며 팀을 리빌딩하고 있다. 결국 선수들은 살아남기 위해 살찌우거나 살을 빼야 하는 처지. 두 구단의 내년 행보는 어떻게 갈릴까.
● 살 찌우는 넥센의 믿을 구석은?
3년차를 맡는 염 감독의 넥센은 확실한 팀 컬러를 갖췄다. 올 시즌 199개의 홈런을 때리며 2013년(108홈런)에 이어 팀 홈런 1위를 차지했다. 52홈런의 박병호와 40홈런의 강정호를 제외하고도 이택근, 유한준, 이성열, 윤석민, 김민성 등이 쉴 새 없이 한방을 쏘아 올렸다. 가공할 만한 홈런포를 장착하며 ‘홈런의 팀’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비결은 웨이트트레이닝을 강조하는 팀 분위기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당당한 체격을 갖췄다. ‘3년 연속 홈런왕’ 박병호는 2011년 LG에서 넥센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97kg이 나갔지만 현재는 107kg 내외를 유지한다. 근육량을 늘려 신체균형과 근력을 키우면서 한국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강정호도 올 시즌을 앞두고 4∼5kg을 올려 유격수 최다인 40홈런을 때렸다. 롯데 황재균의 반대급부로 들어왔던 3루수 김민성도 현재 94kg을 유지하지만 2010년 당시 78kg에 머물렀다. 유한준도 체중을 늘려 첫 3할과 20홈런을 넘어섰다. 투수진에서는 한현희가 2012년 입단 이후 15kg 가까이 늘려 구속증가 등의 효과를 봤다. 2년(2013∼2014) 연속 홀드왕의 위엄도 단단해진 체격이 큰 몫을 했다. 넥센은 내년에도 투수 하영민과 유격수 김하성 등 신인급 선수들의 체격을 다잡는데 주력한다.
● 김성근 감독의 살 빼기 작전의 효과는?
한화 김성근 감독은 부임 이후 100kg이 넘는 거구들이 많아 놀랐다고 했다. 11월 내내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마무리훈련은 야구팬들과 야구인에게 크게 회자됐다. 흙으로 더럽혀진 선수들의 유니폼이 훈련의 강도가 얼마나 센지를 대변해 줬다. SK 감독 재임 시절(2007∼2011)에도 주축 선수들의 몸무게를 10kg 이상 낮추면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바 있다. 김 감독은 배 나온 선수, 살찐 선수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고참이나 신참이나 예외가 없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기동력과 작전수행능력 등 벤치싸움에 많은 승부를 건다. 선수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적기 위해서는 스스로 훈련량을 늘리면서 따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12월 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해 1월에는 더욱 거센 훈련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날씬해진 한화가 내년 불필요한 무게를 덜어내고 좋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