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12월 30일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1-3으로 역전패 한 뒤 선수들에게 하루 외박을 줬다. 긴장 속에서 시즌을 치르느라 고생한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휴식을 줘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30일 경기 때도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하려고 하다가 부담이 지나쳐 먼저 세트를 따내고도 흐름을 넘겨줬다”고 했다.
4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OK저축은행은 첫 세트를 압도해놓고도 2,3세트를 내줬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2단 공격 성공률도 떨어지고 블로킹 가담마저 제대로 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패턴이 또 나왔다. 가장 흔들린 것은 송희채였다. 그의 응원가로 사용되는 가요의 가사 “들었다 놓았다∼”는 표현처럼 김세진 감독을 경기 내내 들었다 놓았다. “그 노래를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날 정도였다”고 김 감독은 경기 뒤 말했다.
송희채가 흔들린 것은 역시 지나친 의욕이 원인이었다. 더 잘하려고 혹은 내가 잘해서 뭔가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욕심이 리시브를 흔들리게 했다. “너무 서둘렀다, 리시브는 기다려야 하는데 마음만 앞섰다”고 송희채는 말했다. 그런 송희채를 일깨워 준 것은 현대캐피탈의 문성민이었다. 3세트 8-4에서 밖으로 나가는 강한 서브를 송희채가 맞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나가는 공에 맞을 정도로 내가 못 움직이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오늘만큼 흔들린 적이 없었는데 그때부터 덤비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지가 불타올랐다”고 털어놓았다. 경기대 선배인 문성민에게 그런 면에서 고맙다고 했다.
이후 송희채는 팀을 위해 헌신했다. 몇 차례 중요한 순간 디그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때마침 세터 곽명우가 소리를 지르며 동료들을 격려하는 송희채에게 자주 토스를 올려줬다. 1세트 무득점에 그쳤던 송희채는 결국 14득점을 하며 팀에 중요한 역전승리를 안겼다. 김세진 감독은 4세트부터 경기 끝까지 중요한 순간에 해준 8개의 슈퍼디그가 오늘 경기를 승리하게 만든 중요한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농담이라면서 “오늘 경기 내내 죽고 싶었고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이겼다. 경기 중반에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이 고맙다. 마지막 세트에도 뒤졌지만 잡아 올리는 것 보면 ‘우리 팀이 쉬운 팀은 아니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송희채가 결국 큰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