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야구는 또 하나의 큰 전환점에 서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프로야구가 신생팀 kt가 1군 리그에 진입해 본격적인 10구단 시대를 열어젖힌다는 점이다. 아울러 아마추어야구, 리틀야구, 여자야구를 포함해 한국야구는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해를 만들기 위해 을미년의 시작과 함께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스포츠동아는 신년기획으로 각 야구단체 리더들에게 한국야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짚어보고 풀어야할 현안과 계획을 들어보는 ‘한국야구 리더들에게 듣는다’ 시리즈를 마련했다.
“대구·마산구장 등 신축…1000만 관중 희망적 오심논란? 심판 자질 향상·인프라 확충 노력 지난해 워크숍서 FA 제도 등급제 시행 목소리 선수들 해외진출, 막기보단 긍정적인 면 봐야”
한국야구위원회(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임기 3년의 KBO 안방마님으로 재선임됐다. 구본능 총재를 보좌해 앞으로 3년간 한국프로야구 행정실무를 책임져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그는 “명예의 전당이 잘 개장되고, 1000만 관중 시대를 열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통해 사무총장에 재선임된 것을 축하합니다. 사무총장으로 재임한 지난 3년을 1기라고 볼 수 있는데, 가장 보람 있었던 부분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10구단을 창단시킨 일이었죠. 그리고 창원야구장 문제를 진해에서 마산으로 돌린 것, 그리고 야구장 안전 문제, 특히 총재님 역점 사업이었지만 펜스를 교체해 선수들이 마음 놓고 펜스에 부딪치면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을 텐데요.
“제도적으로 FA(프리에이전트) 문제를 보완하고 싶었는데, 워낙 각 구단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까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통합마케팅을 추진하고 싶었는데 늦어지고 있는 것도 좀 아쉽습니다.”
-그동안 오심논란이 많았는데 지난해 후반기에 결국 한국형 비디오판독인 심판합의판정 제도를 도입한 것도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작년에 메이저리그에서 비디오판독을 도입한다고 해서 1년 정도 지켜보고 장단점을 파악한 뒤 시행하자고 했는데, 오심 논란이 많아서 결국은 하반기부터 바로 한국형 비디오판독인 심판합의판정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심판합의판정 제도가 도입된 뒤에는 오심 논란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어쨌든 빨리 잘 도입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심판 판정에 대한 팬들의 불신은 여전합니다. 신뢰회복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심판의 자질 향상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신뢰가 깨지면 스포츠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지금 심판위원회 쪽에 계속 얘기하고 드라이브를 거는 게 동계훈련입니다. 스프링캠프 나가기 전에 3주 정도 미리 각 구단 실내훈련장 등을 찾아다니면서 스트라이크존이라든지, 포메이션이라든지, 사전 연습을 하고 캠프를 가라고 했습니다.”
-2군 심판도 확충하고 수준을 올려야하지 않겠습니까.
“작년에 퓨처스 심판들을 키우기 위해 육성위원 2명을 따로 붙여서 지도하게 했고, 올해는 2군심판을 3명 정도 보강할 예정입니다. 요즘엔 구단마다 2군도 다 해외 전지훈련을 떠납니다. 국내에서는 2군 심판들이 훈련할 상대가 없어요. 그래서 2군 심판들도 대만 등지에 보내 연습게임에 투입돼 훈련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가 가능할까요?
“올해부터 10구단이 들어가면서 경기수가 720경기로 확대됩니다. 내년에 대구구장이 신축되고, 마산구장도 조만간 신축될 거고, 고척돔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큰 야구장들이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총재님하고 저하고 3년 더 연임을 하게 됐는데 임기 내에 1000만 관중을 찍으면 좋고, 늦어도 2020년에는 1000만 관중 시대를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그 발판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 시즌 페넌트레이스 720경기를 기준으로 하면 경기당 평균 1만3900명 정도라면 1000만이 가능한데, 야구장이 계속 개선되고 있으니까 가능하다고 봅니다.”
-10구단 시대를 맞아 해묵은 관행이나 각종 제도도 변화가 필요한 것 같은데요.
“작년 단장 워크숍에서도 좋은 얘기들이 많이 나왔어요. FA 제도에 대해서는 등급제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2차 드래프트는 NC가 창단되면서 선수수급을 도와주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는데, 일단 kt까지는 해줘야하니까 올해 실시되는 2차 드래프트까지는 그대로 하고, 그 다음부터 수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신인은 제외하면서 대신 보호선수 수를 줄인다든지…. 안 쓰는 선수들을 구제해준다는 취지에 맞도록 제도를 보완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프로야구 스타들이 대거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타의 유출로 한국프로야구가 위축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나 쇄국정책만 써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큰물에 나가는 선수가 있고, 다른 선수들은 그러기 위해 노력하면서 리그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대신 해외에 나가는 만큼 아마추어부터 자원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박찬호 이승엽 등의 사례처럼 해외에 나갔던 선수들이 들어오면 또 관중이 늘 수 있습니다. 당장 힘들다고 해외 진출을 제도적으로 막기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봐야합니다.”
-2017년이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열리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프로야구뿐 아니라 국제대회도 신경을 써야할 것 같은데요.
“올해 당장 11월에 ‘프리미어 12’가 열립니다. ‘프리미어 12’는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IBAF(국제야구연맹)가 올해 처음 주최하는 최고의 성인대회인데, 세계랭킹 상위 12개 팀이 참가하게 됩니다. 말씀하신 대로 2017년엔 WBC, 2018년엔 아시안게임, 2019년엔 프리미어 12(4년마다 개최), 2020년엔 도쿄올림픽…. 이렇게 계속 국제대회가 열립니다. 특히 2019년 열리는 ‘프리미어 12’ 대회에서는 우승국에 2020년 올림픽 자동출전권을 준다는 얘기도 있어요.”
-일본처럼 대표팀 전임감독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깊이 고민해 봐야할 것 같아요. 축구처럼 예선대회나 평가전 등이 계속 이어지면 전임감독제로 가면 되는데, 야구는 대회가 있을 때 대표팀이 소집돼 며칠 손발 맞춰서 들어가는 형태입니다. 전임감독 대우 문제라든지 여러 가지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이 있어요. 일본은 아마추어와 프로가 대표팀을 통합해 ‘사무라이 재팬’을 만들었는데, 우리도 대한야구협회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율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밥그릇 싸움만 할 게 아니라.”
-올해 가장 신경을 쓰고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내년에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이 탄생합니다. 부산 기장군에 올해 말에 착공해 1년 정도면 완공할 수 있는데, 내년 개장과 동시에 1호 헌액자가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합니다. 현재로서는 ‘야구의 날’인 내년 8월 23일에 맞춰 1호 헌액자를 결정할 계획인데, 올해 선정위원회 구성 등 제반 준비를 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