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악플(악성 댓글) 달렸나요? ‘훈련’ 다 하고 ‘오후’에 ‘친구’들과 함께 갔는데….”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1·연세대)는 4일 서울에서 열린 프로농구 SK와 전자랜드의 경기를 보러 갔다. 7일부터 러시아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친구들과 보낸 마지막 휴식이었다. 농구장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대뜸 ‘악플’부터 걱정했다.
●“함께 노력한 사람들마저 깎아내려 가슴 아파”
손연재는 국내 스포츠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악플에 시달리는 선수로 꼽힌다. 2010년 시니어로 데뷔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악플은 시작됐다. ‘피겨 여왕’ 김연아(25)와 그를 비교하는 기사가 나오면서 일부 김연아 팬들이 손연재를 비판했고 대한체조협회와의 불협화음, 소속사의 성적표기 실수 등이 이어지면서 악플은 양산됐다. 이제는 근거 없는 악플을 넘어 인신공격까지 나오고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도 사양할 때가 많다. 이유는 단 하나다. 좋든 나쁘든 자신과 관련한 기사가 나오면 악플이 달리기 때문이다.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는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딴 것에 대해서도 ‘심판을 매수했다’ 등의 악플이 달려 큰 상처를 받았다. 차라리 못생겼다고 말하면 좋겠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인해 욕을 먹는 것이 속상하다. 함께 노력했던 사람들마저 깎아 내리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내가 이룬 것이 없어서, 실력이 없어서, 메달이 없어서 악플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적을 올리고, 실력을 키우고, 금메달을 따도 변한 것은 없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그렇게 했으면 (사람들이) 이렇게 할까”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악플을 달만한 여지를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다. 친구도 안 만나고 인터뷰도 하지 않고,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그렇게 몰아가는 것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그는 “잘못된 의견에 반박하고 싶지만 일일이 대처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리듬체조를 포기할까 잠깐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내 뜻이 아닌 그들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싫었다. 이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1년 반 남았다. 얼마 남지 않은 선수 생활인데 경기에 집중하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유럽 선수들에게 나란 존재는 눈에 가시다”
그의 마지막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다. 아시아경기 때와는 달리 올림픽 메달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다. 리듬체조는 러시아의 벽이 높다. 2000년 이후 러시아 선수들이 거의 금, 은, 동메달을 휩쓸고 있다. 그도 러시아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 녹록치 않은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그는 “아무리 잘해도 올림픽에서 메달 권 밖에 머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그럴 때마다 푹 주저앉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절대 ‘포기’라는 단어를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대신 ‘도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메달을 목에 걸든 걸지 못하든 남은 1년 반의 시간 동안 더 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좋을 것 같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까.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니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메달을 따면 좋지 않을까 싶다”며 메달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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