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장석 대표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 교섭 중인 넥센의 내야수 강정호(28·사진)의 기대치를 밝혔다. 4년 계약에 계약금 포함 1500만 달러. 포스팅 최고금액인 500만2015달러(약 55억원)를 적어내며 독점교섭권을 따낸 피츠버그가 순수연봉으로 4년간 1000만 달러를 지급할 수 있으리란 현실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 4년간 1500만 달러에 담긴 의미
이 대표는 모기업의 홍보수단으로 여겨졌던 프로야구에서 혁신적인 인물이다. 척박한 시장에서 사업가의 기질을 발휘하며 지금의 넥센을 탄생시켰다. 70여개의 스폰서와 입장수입으로 구단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 기업가다운 냉철한 시선도 그를 돋보이게 한다. 미국 현지에서 강정호를 바라보는 시선을 적확하게 잡아낸다. 그는 “포스팅 입찰금액인 500만 달러를 듣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보다 적은 금액이 나오면 어떡할까 고민했었다”고 밝혔다. 야수 중에서는 어느 누구도 한국에서 미국 직행을 추진하거나 도전한 사례가 없다. 위험부담이 따르는 강정호의 개척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강정호가 분명 한국리그에선 독보적인 유격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미국에선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고, 검증이 안 됐기 때문. 더욱이 피츠버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스몰마켓. 2014시즌 총 연봉이 7800만 달러(약 860억원)에 그치며 30개 팀 가운데 27위에 그쳤다. 강정호에게 큰 돈을 지불한 만한 여력이 없어 교섭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따랐다. 기대금액이 ‘짠’ 이유다.
하지만 피츠버그행은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피츠버그가 스몰마켓은 맞지만 전국구로 거듭나고 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가능성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도 떨어지는 스몰마켓이라면 부정적이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다. 반면 피츠버그는 다르다. 또 성적에 급급한 빅마켓이었다면 강정호가 부담을 쉽게 떨쳐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기회를 잡고 4년 이후 FA자격을 재취득하거나 트레이드를 통해 얼마든지 좋은 구단으로 옮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츠버그와 뉴욕 양키스의 500만 달러는 다르다. 피츠버그가 적지 않은 금액을 제시했다. 정호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올 것이다”고 희망 섞인 분석을 내놨다.
● 강정호 내주부터 본격 협상
강정호의 협상 마감일은 한국시간으로 21일 오전 7시(미국 동부시간으로 20일 오후 5시). 이 대표는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2013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도 에이전트였던 스캇 보라스의 치열한 교섭 끝에 교섭마감 당일에서야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강정호는 계약 마무리 단계에서 미국 현지로 날아가 메디컬테스트를 받고 계약서에 사인할 계획이다. 넥센 관계자는 “구단은 16일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강정호는 계약상황을 보고 미국에 건너갔다가 구단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2월 중순에서야 스프링캠프를 연다. 그동안 강정호는 넥센의 미국 전훈지에서 몸을 만들며 팀 합류를 기다릴 예정이다. 물론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