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26·넥센)이 달린다. 바빴던 작년 12월은 잊었다. 집에서 2015년 새해 첫날의 일출을 바라보며 새 시즌에 대한 의욕을 다졌다. 불과 한 달 전, 서건창은 시상식을 오가며 최고 자리에 우뚝 섰다. 프로 출범 후 사상 첫 200안타 고지를 넘어섰다. 타율(0.370)과 안타(201개), 득점(135점)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차지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서건창은 “재밌게 다녔다”고 웃었다.
서건창은 ‘시작’이라는 말을 달고 산다. ‘신고선수 신화’를 쓰며 최고선수로 우뚝 솟았지만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고개를 숙였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고, 방출의 설움을 경험한 터라 누구보다도 밑바닥의 무서움을 안다. 그는 “언제 바닥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법이다. 항상 경계하고 긴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팀에는 (이)택근이 형을 필두로 (박)병호 형, (강)정호 형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계신다. 한결같은 선배들의 모습을 많이 보고 배운다”고 했다. 자만을 경계하고 안주를 꺼린다. 서건창이 ‘시작’을 꺼내든 이유다.
화두는 역시 2년 연속 200안타에 모아진다. 서건창은 작년 경험이 있어 더욱 자신감을 밝혔다. 그는 “당연히 도전해야 한다. 부담감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기록을 의식하기보다는 해오던 대로 한 타석 한 타석에 집중한다. “숫자를 의식하고 타석에 서면 자세가 흐트러진다. 200안타에 근접해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전했다. 도루 타이틀에 대해서는 욕심을 버렸다. 그는 “작년 도루왕 타이틀을 보고 가다보니까 더 안 되는 것 같았다. 도루 하나로 많은 걸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아가진 않겠다”고 말했다. 반짝하는 선수가 아닌, 진짜 ‘선수’가 되기 위해 오늘도 분주히 운동장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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