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서울 장충체육관이 배구 팬에게 문을 연다. 지난 2시즌 반 동안 멀쩡한 집을 두고 객지에서 더부살이를 해왔던 GS칼텍스가 19일 새로 단장한 장충체육관에서 서울 팬에게 인사한다. 또 다른 서울연고팀 우리카드는 장충체육관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배구를 포기한다. 우리카드는 한술 더 떠 장충체육관이 영원히 기억하는 스타 강만수 감독에게 연패의 책임을 물어 일선에서 퇴진시켰다.
● 2년 반 만에 배구의 메카에서 벌어지는 V리그 경기
GS칼텍스가 19일 오후 7시 장충체육관에서 도로공사를 상대로 리모델링 개장 경기를 한다. 2011∼2012시즌 이후 두 시즌 반 만에 서울 집으로 복귀한다. 백구의 대제전, 슈퍼리그가 열렸던 장충체육관은 2012년 5월 30일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몇 차례 설계변경과 안전기준 충족을 위해 공사가 중단되면서 당초 공사 예정기간을 훌쩍 넘겼다. 2년 7개월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배구 팬에서 다가오는 장충체육관은 기존의 지상 3층, 지하 1층을 지상 3층, 지하 2층으로 확대했고 보조경기장을 갖춰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좌석 수는 4658석에서 4507석으로 조금 줄었지만 관람객 편의를 향상시켰다. 여자화장실을 늘렸고 수유실을 설치하는 등 여성 관람객을 위한 변신이 눈에 띈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과 연결되는 지하통로도 설치해 접근성이 좋아졌다. 도로공사와의 경기는 재개장을 기념해 보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오후 7시로 조정했다. GS는 재오픈을 기념해 22일 경기부터는 매 경기 직전 사회인 배구대회를 개최하는 등 서울배구의 활성화를 노린다. 개장 경기 식전행사는 오후 6시부터 벌어진다. GS는 이날 서울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경품을 제공한다.
● 신춘삼 경기운영 위원의 모교 한양대 사령탑 컴백
신춘삼 KOVO 비디오판독위원이 1월 1일자로 모교 한양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박용규 감독의 퇴진 이후 새 사령탑을 물색하던 한양대는 신 위원의 경륜과 인품을 높게 평가했다. 신 위원이 지도했던 2001∼2004년 한양대는 슈퍼리그에서 2번이나 우승했다. 최근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던 한양대가 베테랑 감독의 부임으로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하다.
신 감독은 대학배구에서 회자되는 많은 스카우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2003년 한양대 감독을 맡았던 때의 일이다. 당시 고교졸업반 가운데 좋은 세터가 유난히 많았다. 유광우와 신승환 한선수가 고교랭킹 1∼3위를 다퉜다. 인창고의 유광우는 인하대로 진로를 결정했다. 신 감독은 수원 영생고 한선수의 기량을 높이 샀다. 스카우트에 나섰으나 장애물이 있었다. 세터랭킹 2위로 평가받는 문일고 신승환이 신 감독의 아들이었다. 한양대 진학이 결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선수와 가족들이 한양대 행을 꺼려했다. 감독인 아버지가 아무래도 아들을 주전으로 기용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었다. 이때 신 감독은 전설로 남은 각서를 한선수의 아버지에게 써줬다. “내 아들은 배구를 시키지 않겠다. 한선수를 주전으로 쓰겠다”고 했다. 물론 그 약속은 지켰다. 신 감독의 아들은 배구를 포기했고 한선수는 한양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뒤 V리그에 진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터가 됐다.
● 우리카드 강만수 감독 퇴진 후일담
강만수(사진) 감독이 8일 현역에서 물러났다. 구단은 보도자료에서 총감독으로 일선후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퇴진이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다. 강 감독은 12월 23일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3-2로 이긴 뒤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려 배구 팬을 놀라게 했다. 백전노장 감독이 1승에 왜 울까하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그 눈물이 담고 있는 의미가 많았다.
강 감독은 “10연패 뒤에 승리를 하자 그동안 고생했던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강 감독의 머리 속에 떠오른 고생의 순간은 2개였다. 네이밍스폰서 러시앤캐시로부터 팀을 인수한 뒤 연고지와 훈련장을 구하지 못해 부천 소사중학교 운동장에서 눈치를 봐가며 훈련하던 때와 우리카드가 배구단 인수를 포기한다고 해서 KOVO 사무실에서 최종 결정을 기다리던 그 때가 떠올랐다고 했다.
재임 2시즌 동안 구단으로부터 풍족한 지원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채 항상 쪼들리면서 선수들을 다독여 온 결과가 연패의 희생양이었다. 그래도 강 감독은 남자다웠다. 퇴진 직후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아쉬운 속내를 드러낼 만도 했지만 담담했다.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 다 지나간 일인데. 고생한 우리 선수들이나 잘 다독거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 감독은 일본으로 건너가 그동안 얻은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한 뒤 돌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