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깔본 B조 1위 중국 도발에 자극 똘똘 뭉친 투혼으로 호주 안방서 값진 승리 슈틸리케 감독 “누굴 만나더라도 문제없다”
55년만의 아시아 정상 복귀를 노리는 축구국가대표팀이 드디어 상승세로 반전하기 시작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이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이 펼쳐질 호주 멜버른에 18일 입성했다. 대표팀은 17일 호주와의 대회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전반 33분 터진 이정협(24·상주상무)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3전승으로 A조 1위를 차지한 대표팀은 22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B조 2위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을 치른다.
조 1위라는 성과도 값지지만, 호주전 승리는 대표팀에 그동안 불만족스러웠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개최국인 강호 호주를 꺾으면서 우리 선수들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 자신감 회복한 태극전사들
태극전사들은 호주전을 앞두고 자체 미팅에서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조별리그 1·2차전에서의 졸전을 호주전에선 반드시 만회하자는 것이었다. 2경기 만에 B조 1위를 확정한 중국이 공식 인터뷰에서 “8강전에서 호주를 피하고 싶다”고 밝혔던 것이 태극전사들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대표팀 골키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은 “그동안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중국이 한국을 8강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언제 그 위치가 됐나 싶었다. 호주전에서 우리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자주 얘기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상대(호주)의 안방에서 우리가 이겼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모두들 좋아했지만 우리의 목표는 여기가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호주전에서 이정협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이근호(30·엘자이시SC)도 “호주전에서 결과적으로 승점 3을 얻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개최국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했다. 호주전 결과가 우리 대표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슈틸리케 감독 “호주전만 같아라!”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전에서 나타난 선수들의 정신자세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결과에 관계없이 선수들은 투지가 넘쳤다. 이런 모습이라면 누구를 만나더라도 문제없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앞선 2경기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지 못해 호주전에서 어떤 정신력으로 경기를 풀어가느냐가 중요했다. (선수들이) 오늘(17일)처럼 정신력에서 앞서고, 1∼2명이 아닌 하나의 팀으로 뛰어주면 앞으로 더 향상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표팀이 호주를 상대로 모든 부문에서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친 것은 아니다. 실점하진 않았지만, 경기 내용에선 4대6 정도로 밀렸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은 이번 승리를 통해 호주 같은 강호를 만나도 크게 뒤질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8강전이 벌어질 22일까지 떨어진 체력을 끌어올리고 전력을 잘 가다듬으면, 8강전에선 내용과 결과 모두를 손에 넣을 수도 있다. 호주아시안컵에 출전한 대표팀이 마침내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