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을 거듭하는 NH농협 2014∼2015 V리그 4라운드도 막바지다. 21일 현대건설-IBK기업은행, 한국전력-현대캐피탈(이상 수원), 22일 GS칼텍스-흥국생명(장충) 우리카드-대한항공(아산) 경기를 끝으로 V리그는 올스타 브레이크에 접어든다.
공교롭게도 남녀모두 3위 팀들이 4라운드 막판 흔들리고 있다. 남녀부 3위 팀인 대한항공과 현대건설이 각각 3연패에 빠졌다. 반전의 실마리를 어디에서 풀어낼지 궁금하다. 21일 수원 여자부 경기는 이번 주 최고의 매치업이다. 데스티니가 발목부상으로 결장하는 2위 IBK기업은행과 3위 현대건설의 맞대결이다. 3위 대한항공에 승점1,2차로 4,5위에 자리한 한국전력-현대캐피탈 경기는 준플레이오프 티켓의 향방을 결정할 수도 있다.
● 장충체육관 시대-여자부 일정 독립과 족발집의 민원전화
19일 장충체육관 새 단장을 기념하는 경기가 성황리에 벌어졌다. 31개월 만에 서울에서 벌어진 V리그 경기에 3,927명의 만원관중이 화답했다. GS칼텍스와 도로공사 선수들은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기대에 보답했다.
이날은 V리그의 숙제인 남녀경기의 일정분리 및 독립과 관련해 객관적인 자료를 받아볼 기회였다. 오후 5시 예정이었던 경기를 오후 7시로 늦추면서 여자배구와 남자배구가 처음 경쟁을 했다. 시청률 등 인기지표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관계자들의 관심이 컸다. 아산의 우리카드-OK저축은행 경기(SBS스포츠 중계)는 시청률 0.69%를, 장충체육관의 GS칼텍스-도로공사 경기(KBSN 중계)는 시청률 0.72%를 각각 기록했다. 18일 인천의 대한항공-한국전력, 흥국생명-현대건설 경기가 연속해서 시청률 1%를 훌쩍 넘어선 것과 비교됐다.
장충체육관 후광효과로 당분간 GS칼텍스는 높은 시청율과 함께 관중관련 지수가 좋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거품을 제거한 시점에 여자배구가 남자배구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립 가능한지 여부다. 여자배구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현실에 안주하려고 한다.
V리그는 먼저 프로화를 해서 선점효과를 누렸던 농구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 그 결과 대중의 접근이 편리한 경기장 대부분은 프로농구가 사용한다. 이를 거울삼아 여자배구의 독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아쉽게도 여자농구에 비해 또 출발이 늦었다. 관건은 여자구단들의 독립의지다.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기회는 갈수록 사라진다.
여담이지만 19일 장충체육관의 재 오픈을 가장 반긴 곳은 경기장 인근의 족발집들이었다.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체육관 인근 족발집에서 많은 민원전화가 왔다. 빨리 체육관 문을 열어달라는 요구였다”고 했다.
● 사상 첫 선수 출신 단장을 선임한 한국전력의 의지와 과제
한국전력이 14일 박노천 단장의 후임으로 공정배 단장을 선임했다. 공 단장은 1998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전력 감독으로 활약했다. 현장감독 출신으로는 첫 번째 V리그 이사회 멤버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이 있다. 배구단의 전문화와 경쟁력을 요구한 구단주의 의지가 반영됐다. 인사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배구단에서 오랫동안 일 해왔던 박병준 부단장이 떠난 상황에서 한전은 내부인력 가운데 가장 배구를 잘 아는 사람을 찾았다. 결론은 공정배 전 감독이었다. 구단은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배구단을 전담하도록 해 배구단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 신임 단장은 배구단의 현장 및 대외활동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공 단장은 진주동명고와 창원대를 졸업했다. 1984∼1993년 한국전력 선수로 활동했다. 신영철 감독과는 현역시절을 같이 했다. 1995년 삼성화재가 창단하면서 신치용 당시 코치가 신영철 선수와 함께 팀을 떠날 때 주무로 일했다. 1996∼1998년에 코치로 일했고 사령탑까지 올랐다. 그동안 많은 배구인들은 “배구인 출신이 이사회에 한 명도 없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V리그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에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없다는 것은 사실 문제였다. 그래서 공 단장의 행보가 중요하다.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현장출신답게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을 많이 제시해 V리그의 발전에 기여해줄 것을 배구인들은 기대한다.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공 단장과 신영철 감독과의 관계다. 감독과 단장이 함께 현역시절을 보냈다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단장과 감독은 같은 목표를 향하지만 하는 일도,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도 전혀 다르다. 전문성 덕분에 현장의 요구가 빨리 해결될 수도 있지만 시시콜콜 현장의 일에 참견하면 단장이 아니라 총감독이 된다. 팀에 감독이 2명이면 그 결과는 뻔하다. 한국전력의 행보를 주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