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의 말처럼 스프링캠프는 푸른 잔디와 파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기다. 프로야구 10개 팀이 모두 전지훈련에 들어가면서 야구팬들이 기다리던 2015시즌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많은 팀들이 이때를 전후해 캐치프레이즈를 발표한다. ‘다른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한 문구나 표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감안할 때 가장 짧고 굵으면서도 팀에 어울리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든 팀은 NC다. ‘전력질주’. 단 네 글자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NC는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일궜다. 지난해엔 팀워크를 강조하는 ‘동반질주’를 사용했는데 올해는 온 힘을 다해서 뛰겠단다. 아마도 더 높은 곳을 향해서 뛸 것 같다. 전력질주는 열심히 안 뛰는 선수를 혐오하는 김경문 감독의 지도철학도 잘 반영하고 있다. 간단한 문구라 엠블럼이나 유니폼, 헬멧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제10구단 KT의 ‘마법을 현실로! 승리의 KT 위즈’도 곱씹을수록 잘 만든 문구다. 올해 처음 1군 리그에 진입하는 KT는 객관적으로 나머지 9개 구단과 비등한 성적을 올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마법을 사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법의 힘을 쓰는 KT의 마법사들(위즈·Wizards의 축약형)이라면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삼성이다. 삼성의 올해 캐치프레이즈는 ‘Together, Good to Great!(함께, 좋은 것을 넘어 위대함으로)’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의 저서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따왔다. 그런데 대체 무슨 말인지 한눈에 와 닿지 않는다. 삼성은 2011년 ‘Yes, We can(할 수 있다)’을 앞세워 우승하자 이듬해엔 ‘Yes, One More Time!(한 번 더)’을 썼다. 2013년에 ‘Yes, Keep Going!!!(계속 가는 거야)’으로 3연속 우승을 했고, 지난해엔 ‘Together, RE:Start! BE Legend!(함께, 다시 출발, 전설이 되자)’로 역대 최초로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전설까지 된 마당에 더 좋은 문구를 찾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한화의 ‘불꽃 한화! 투혼 이글스!’도 2%가 부족한 느낌이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것을 감안하면 ‘지옥’이나 ‘천국’ 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에 비해 두산은 매년 큰 고민 없이 캐치프레이즈를 만드는 팀이다. 두산은 아직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허슬두(Hustle Doo)’라는 확실한 브랜드를 갖고 있기에 큰 걱정은 없다. 김경문 감독 재임 시절이던 2005년 처음 채용된 허슬두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 왔고, 팀이 추구하는 야구 색깔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2005년 이후 두산은 허슬두는 그대로 둔 채 해마다 점프, 다 함께, All In, 새롭게, 챌린지 등 수식어만 바꿨다. 두산 관계자는 “허슬두를 너무 오래 사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새로 부임한 김태형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게 ‘허슬두’ 정신이라 올해도 허슬두로 계속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넥센은 2009년 이후 7년 연속 ‘Go for the Championship(챔피언을 향해)’을 쓴다. 몇 해 전만 해도 우승은 요원해 보였지만 자주 두드리다 보니 문이 열리는 것 같기도 하다. 넥센은 2013년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지난해엔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특이하게 SK는 지난해 이후 따로 캐치프레이즈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역시 계획이 없다. SK 관계자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문구 대신 성적으로 팬들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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