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단점은 있다. 사상 최초의 통합 4년 연속 우승팀 삼성도 그렇다. 특정 팀이 아닌, 특정 인물이 그들의 약점이다. 두산의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4)다. 두산이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발표했을 때 가장 아쉬워했던 팀은 아마도 삼성일 터다.
니퍼트의 삼성 상대 성적은 정말 화려하다. 한국 무대를 처음 밟은 2011년부터 4년간 삼성전 19경기에 등판해 총 13승1패, 방어율 2.33을 기록했다. 완투승도 한 차례 있다. 연도별 성적을 봐도 꾸준하다. 2011년 3경기에서 1승무패에 방어율 2.41, 2012년 6경기에서 4승1패에 방어율 2.03으로 각각 막았다. 2013년에는 3경기에서 3승을 모두 따냈고, 방어율까지 1.89에 불과했다.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지난해에도 삼성에 대한 니퍼트의 위력만은 여전했다. 7경기에 선발등판해 패전 없이 5승을 따냈다. 방어율은 2.72. 시즌 방어율(3.81)보다 훨씬 좋다. 이 정도면 ‘천적’을 넘어 ‘숙적’으로 굳혀지는 모양새다. 하루 이틀 상대한 투수도 아닌데 원인조차 모르니, 삼성으로서도 답답할 노릇이다.
삼성 박석민은 “한 시즌을 치르면 니퍼트가 5∼6번은 나오니까 볼을 정말 많이 봤다. 그런데도 못 치겠다”며 “워낙 높은 데서 꽂으니까(키 203cm) 높은 볼이 날아올 때 꼭 스트라이크처럼 보여서 자꾸 방망이가 나간다. 공이 잘 오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상수 역시 “지난해 니퍼트에게만 조금 더 잘 쳤어도 타율이 1푼 정도는 더 오르지 않았을까 싶다”며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타자들 전체가 니퍼트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다”고 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박석민은 “니퍼트는 컨트롤이 나쁜 투수가 아니라서 한 구씩 보면서 상대하면 더 안 좋을 수 있다. 빨리 승부하고 눈에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내는 게 좋은 방법이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김상수는 “아무래도 니퍼트는 우리에게 자신감을 갖고 나오고, 우리는 그 반대라서 처음부터 밀리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며 “올해는 꼭 극복해야 한다. 좀 더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