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러시아, 벨기에, 알제리와 차례로 만났다. 당시 이 나라들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각각 18위, 12위, 25위였다. 한국은 55위였다.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의 FIFA 랭킹은 역대 최하위인 69위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결승 상대인 호주(100위)보다 높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상대 가운데 FIFA 랭킹이 가장 높은 나라는 우즈베키스탄(71위)이었다.
상대 수준이 큰 차이가 나기에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 축구가 달라졌다”고 얘기한다. 겨우 7개월 만에 뭐가 변했다는 걸까.
브라질 월드컵 당시의 ‘홍명보호’와 지금 ‘슈틸리케호’의 명단을 보면 지난해 브라질에 가지 못했던 11명이 지금 호주에 있다. 대표팀 얼굴이 절반 가까이 바뀌었지만 평균 나이는 큰 차이가 없다. “대표팀이 젊어졌다”는 평가는 적어도 숫자상으로는 아니다. 최종 엔트리 23명의 A매치 출전 경기 수는 월드컵 대표팀이 570경기, 아시안컵 대표팀이 606경기(엔트리 발표 시점 기준)다. 이 역시 브라질 월드컵을 포함해 7개월 사이에 여러 차례 A매치에 출전한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다. A매치 최다 출전 선수는 브라질 월드컵 때도 이근호(62경기)를 포함한 2명이었고, 이번에도 이근호(70경기) 등 2명이다. A매치 출전이 5경기 미만인 선수는 브라질 월드컵 때 3명이었고, 이번에는 4명으로 늘었다. 브라질 월드컵과 비교해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 A매치 경험이 전무했던 이정협(24·상무)과 4경기에 불과했던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이 한국 대표팀의 주 득점원과 붙박이 골키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들을 깜짝 발탁한 것이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 이유다. 브라질 월드컵 때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던 베테랑 차두리(35·서울)를 중용한 것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누구인지를 떠나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은 조별리그를 1무 2패로 마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호주 아시안컵 대표팀은 무실점 전승 행진을 이어가며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브라질 대표팀으로서는 억울할 법도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경험이 아니라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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