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공사 문명화 “고1 때 만져본 배구공…난 ‘여자 강백호’ ”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입문 3년만에 프로 올스타

프로배구 여자부 인삼공사 신인 문명화가 대전 인삼공사 스포츠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학교 때까지 전교 최상위권이었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던 문명화는 고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처음 배구를 시작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을 입증하고 싶다”는 문명화는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 날을 고대하며 기본기를 갈고닦고 있다. 대전=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 인삼공사 신인 문명화가 대전 인삼공사 스포츠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학교 때까지 전교 최상위권이었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던 문명화는 고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처음 배구를 시작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을 입증하고 싶다”는 문명화는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 날을 고대하며 기본기를 갈고닦고 있다. 대전=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인삼공사 문명화(20)는 프로배구 여자부의 ‘강백호’다. 물론 이제 한국 나이로 스물한 살인 숙녀를 만화 ‘슬램덩크’에서 ‘빨간머리 원숭이’로 불리는 캐릭터에 비유하는 건 실례다. 하지만 스펀지처럼 쑥쑥 기본기를 흡수한다는 점에서 둘은 공통점이 많다. 아니, 운동 시작 3년 만에 프로 올스타 선수로 성장한 문명화가 한 수 위다.

○ 콤플렉스가 특기로

부산 남성여고 1학년 때까지만 해도 문명화는 그저 키(현재 190cm)만 큰 보통 학생이었다. 이 학교 윤정혜 감독은 “명화 엄마하고는 선후배 사이다. 우연히 명화를 봤는데 한눈에 운동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동안 야자(야간 자율학습) 끝나기를 기다려 계속 매달렸다”고 말했다. 문명화의 어머니는 실업배구 선경과 현대에서 뛴 김영희 씨(50)다.

문명화는 사실 키가 큰 것이 싫었다. 윤 감독에게 “왜 내 인생에 참견하냐”며 울고 불고를 여러 번 했다. 윤 감독이 집으로 찾아와도 방에 드러누워 꼼짝하지 않았다. 이불 속에 있던 문명화를 일으켜 세우려는 순간 윤 감독은 “얘는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을 굳혔단다. ‘황소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문명화는 결국 꼬임(?)에 넘어갔다. 올스타전을 앞두고 대전 인삼공사 스포츠센터에서 만난 문명화는 “감독님이 ‘공부해도 별것 없다’고 설득하시는데 완전 설득의 달인 같았다”며 웃었다. 설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윤 감독은 학교를 1년 쉬면서 기본기를 닦자고 제안했다. 문명화는 2학년을 두 번 다녔다.

문명화는 휴학 기간 코트에서 공만 주우면서 몸무게를 10kg 줄였다. 그 대신 3학년 때는 남성여고가 참가한 모든 경기에 나가서 뛰었다. 경험을 쌓고 프로 감독들의 눈에 띄게 해주려는 윤 감독의 배려였다. 문명화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선수가 되던 날 문명화는 윤 감독을 찾아가 “선생님 덕에 내 인생이 바뀌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 우상을 동료로

문명화는 지난해 11월 2일 수원 경기를 잊지 못한다. 이날은 문명화가 고교 선배이자 ‘우상’으로 삼는 현대건설 양효진(25)과 첫 맞대결을 벌인 날이었다. 문명화는 이 경기에서 1세트에 교체로 들어가자마자 블로킹으로 데뷔 첫 득점을 했다. 그는 “득점을 했다는 것보다 눈앞에 효진이 언니가 뛰고 있다는 게 더 신기하고 좋았다. 사실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내색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경기 이후 문명화는 인삼공사 주전 센터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여자부 신인 선수 중에서 주전은 흥국생명 이재영(19)과 문명화뿐이다. 인삼공사 이성희 감독은 “센터로 뛰기 때문에 확 드러나는 기록은 적지만 팀 공헌도에서는 이재영에게 밀리지 않는다. 이렇게 빨리 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명화는 “요즘 차라리 배구를 빨리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 대신 나쁜 버릇이 없는 걸 위안 삼는다”며 “팀에서 신인이 나 혼자라 외로울 때도 있지만 배울 게 많아 경기가 없는 날에도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효진보다 나은 점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다 “속눈썹은 제가 더 길지 않나요?”라며 웃었다. 그 뒤 “국가대표가 돼서 효진 언니하고 올림픽에서 같이 메달을 따고 싶다. 그때는 더 나은 점이 하나쯤은 생길 테니 그때 대답하겠다”는 말로 생애 첫 언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29일 경기에서는 도로공사가 GS칼텍스를 3-1(25-21, 25-21, 22-25, 38-36)로 이겼고, 남자부 OK저축은행은 우리카드를 3-1(25-20, 25-22, 23-25, 25-15)로 꺾었다.

대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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