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몬스터’ 류현진(28·LA 다저스)이 목표대로 올해 200이닝을 소화하려면 체인지업을 더 낮게 던져야 합니다. 공이 타석을 지나가는 위치뿐만 아니라 공을 놓는 자리, 릴리스 포인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류현진은 체인지업으로 먹고살았습니다. 각종 메이저리그 기록을 정리한 책 ‘빌 제임스 핸드북’에 따르면 2013년 류현진이 던진 체인지업을 쳐낸 타자들은 타율 0.164에 그쳤습니다. OPS(출루율+장타력)도 0.419밖에 안 됐죠. 그해 체인지업 최저 기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타율 0.318, OPS 0.892로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때려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한 프로야구 한화 선배 구대성(46)은 “류현진은 덩치(189cm, 116kg)에 비해 손이 작아 느린 체인지업을 던지기에 적합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구대성의 분석과 달리 류현진은 지난해 느린 체인지업을 던지지 못했습니다.
○ 작아서 문제
실제로 초고속 카메라로 각종 투구 정보를 분석하는 PFX(Pitch F/X) 데이터를 살펴보면2013년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평균 시속 129.0km밖에 안 됐지만 지난해에는 133.3km로 빨라졌습니다.
게다가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공끝이 소위 말하는 지저분한 타입도 아닙니다. 체인지업 구위만으로 상대 타자를 요리할 수 있는 유형이 아닌 거죠. 그래서 류현진은 체인지업과 빠른 공 사이에 속도 차이가 중요합니다.
이 역시 2013년이 더 좋았습니다. 그해에는 빠른 공과 체인지업의 차이가 17.6km였지만 지난해에는 14.1km로 줄었습니다. 그래도 3.5km 차이밖에 안 나는데 정말 이게 영향을 줬을까요?
2014년 기록만 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류현진은 지난해 빠른 공과 체인지업 속도 차이가 가장 큰 다섯 경기에서는 타율 0.219로 상대 타자를 막았습니다. 이 속도 차가 가장 작은 다섯 경기에서는 타율이 0.315였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빠른 공과 체인지업 사이의 속도를 벌릴 수 있을까요? 릴리스 포인트에 실마리가 숨어 있습니다.
○ 높아서 문제
체인지업을 던질 때 류현진의 최고 장점은 빠른 공을 거의 똑같은 폼으로 던진다는 것입니다. 빠른 공과 체인지업 사이에 릴리스 포인트가 평균 4.3cm 차이밖에 안 납니다. 체인지업 릴리스 포인트가 4.3cm 낮습니다.
그럼 릴리스 포인트가 더 낮으면 어떨까요? 류현진이 지난해 등판한 경기를 체인지업 릴리스 포인트별로 나눠 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릴리스 포인트가 가장 낮았던 다섯 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이 1.78밖에 되지 않았지만 높았을 때는 4.32로 올라갑니다. 릴리스 포인트가 낮을 때 빠른 공과의 속도 차이도 더 크고, 빠른 공과 비교했을 때 떨어지는 폭 차이도 더 컸습니다(그래픽 참조).
류현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출국하면서 “체인지업 각도가 안 좋았다. 낙차가 제대로 안 나왔는데 그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스피드에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류현진이 찾으려던 해법이 PFX 데이터에 들어 있습니다. 체인지업을 던질 때 팔을 더 끌고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릴리스 포인트를 끌어내릴 수 있으니까요(투구 동작을 한 번 따라 해보시면 이해가 갈 겁니다). 그게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다시 명품 마크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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