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캠프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아니, ‘손님’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 그만큼 익숙하고, 친근한 얼굴. 삼성에서 국내 최고의 소방수로 군림했던 한신 마무리투수 오승환(33)이다.
괌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친 삼성은 4일 오키나와에 도착해 2차 캠프를 차렸다. 인근 한신 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던 오승환이 오매불망 기다렸던 동료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승환은 5일 한신의 휴식일을 맞자마자 통역 이우일 씨와 함께 곧바로 삼성이 훈련하고 있는 온나손 아카마구장으로 달려왔다.
오승환은 가장 먼저 류중일 감독을 찾아 인사부터 건넸다. 류 감독도 늘 그렇듯 반가운 악수를 건네며 애제자의 방문을 환영했다. 오승환이 곧바로 향한 곳은 바로 선수단 식당. 한 베테랑 선수가 “너 또 왔냐”고 장난스럽게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꿋꿋한 오승환은 자신의 집 식탁처럼 자연스럽게 식당에 앉아 젓가락을 들었다. “한국 음식이 그리웠다”며 기뻐하는가 하면, “새 용병 투수들은 어떠냐”며 주위 투수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했다. 여전히 삼성 선수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풍경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오승환의 휴식일을 가까이서 지켜보기 위해 일본 기자들이 찾아왔다는 점이다. 취재기자는 물론 사진기자까지 삼성 캠프를 방문해 오승환과 삼성 선수들의 만남을 찬찬히 살폈다. 센트럴리그 구원왕이자 클라이맥스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오승환에 대한 관심을 입증하는 장면이다. 게다가 삼성은 최근 4년간 한국프로야구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빠짐없이 제패한 팀이다. 오승환이 바로 그 팀 출신이라는 사실은 일본에서도 화제였다. 오승환이 일본으로 떠난 후에도 우승을 놓치지 않았기에 더 그렇다.
오승환은 훗날 삼성으로 돌아올 선수다. 류 감독은 괌 캠프 때도 개인훈련을 하던 오승환이 삼성 선수들과 함께 몸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신에서 ‘용병’으로 살아야 하는 오승환은 틈틈이 삼성의 동료들과 우정을 나누며 외로움을 달랬다. 삼성과 오승환의 ‘변하지 않는 정’이 더 훈훈해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