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73) 감독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일본 고치에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를 두고 주변에서 모두 ‘지옥훈련’이라 칭하지만 정작 그는 손사래를 쳤다.
이번 한화의 스프링캠프를 두고 선수들 입에서는 “역대로 가장 강도 높은 훈련”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타격 얼리조에 걸리면 오전 6시 반에 아침식사를 하고 7시에는 숙소를 떠나 야구장으로 향한다. 야간훈련까지 마치면 밤 9시. 숙소에 도착해 마사지를 받으면 밤 10시가 훌쩍 넘는다. SK 시절 김 감독 밑에서 직접 훈련한 경험이 있는 정근우와 송은범은 입을 모아 “SK 시절보다 훨씬 훈련이 세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10일 고치 시영구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더니 “예전 태평양, 쌍방울, SK 시절에 비해 훈련 강도가 약하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하긴 태평양 감독 시절엔 한겨울에 선수들이 얼음물에 몸을 담근 전설의 ‘오대산 극기훈련’도 있었다. 정근우와 송은범의 증언(?)에 대해서는 “어릴 때와는 달리 지금은 머리가 커지고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서니까 옛날 생각 못해서 그런 것”이라며 웃더니 “SK 야구는 2006년 말 난고 캠프에서 시작됐다. 거기서 만들어졌다. 그때 훈련에 비하면 약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금 강도 높은 훈련을 하려고 해도 선수들이 여기저기 잔부상이 많다. 못 따라와서 시키지 못하고 있다. 고양 원더스 때보다 약하다. 오히려 내가 감독을 맡은 팀 중에 훈련이 가장 약하다”며 선수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수들의 얘기는 또 달랐다. 정근우는 “원래 때린 사람은 기억을 잘 못하고, 맞은 사람은 잘 기억하는 법이다”며 웃더니 “SK 시절보다 분명 더 힘들다. 감독님께서 아마도 SK 시절에는 혼자서 펑고 다 치시고 모든 걸 직접 다 챙기셨는데, 지금은 코치들에게 권한을 많이 이양했기 때문에 훈련이 느슨하다고 느끼시는 모양이다”고 주장했다. 송은범도 “SK 시절보다 더 힘든 게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선수들은 “가장 강하다”고 우는 소리를 하고, 감독은 “가장 약하다”며 앓는 소리를 하니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이렇거나 저렇거나, 한화 선수들은 이날도 홍백전이 끝난 뒤에도 밤늦도록 훈련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