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쥬리치를 변하게 만들었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11일 06시 40분


한국전력의 외국인공격수 쥬리치(왼쪽)가 시즌 초반과 달리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팀 창단 이후 최다인 7연승 행진을 이끌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국전력의 외국인공격수 쥬리치(왼쪽)가 시즌 초반과 달리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팀 창단 이후 최다인 7연승 행진을 이끌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의 ‘밀당’ 효과

신 감독 달래고 으르고…2라운드까지 골칫거리
차츰 힘 빼고 때리기 시작…한국배구 요령 터득
LIG전 감기몸살 불구 30득점…팀 7연승 이끌어

한국전력은 9일 LIG손해보험전 승리로 7연승을 기록했다. 승리의 요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미타르 쥬리치의 역할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전광인 서재덕이 공격을 거들며 ‘쥬광덕 트리오’라는 말을 만들어냈지만 팀의 대포는 쥬리치다. 9일 LIG전에서도 30득점으로 최다득점과 55%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했다.

● 한국배구에 눈을 뜨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신영철 감독이 원했던 선수는 쥬리치가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의 시몬이었다. 공기업 형편상 많은 돈을 쓸 수 없었다. 대타 쥬리치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문제도 많았다. 잘할 때와 못할 때의 차이가 컸다. 성격도 강했다. 범실로 까먹는 점수도 만만치 않았다. 신 감독은 “성공률이 더 높아져야 우리 팀이 강해진다”며 애를 태웠다. 줄다리기가 한참 이어졌다.

2라운드까지 쥬리치는 불만이 많았다. 자신이 공격할 때마다 3명의 블로커가 덤벼드는 한국배구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권준형의 토스도 입맛에 맞지는 않았다. 공격에 실패하면 권준형을 자주 노려봤다. 많은 훈련과 빡빡한 경기일정도 불만이었다. 차츰 아프다는 소리가 많아졌다. 신 감독에게는 고민의 시기였다. 달래고 으르기도 여러 차례 했다. 시간이 약이었다. 차츰 현실을 받아들였다. 힘으로만 때리던 타법을 바꿨다. 코트의 끝을 보고 밀어서 치고 어려운 2단볼을 때리는 방법도 차츰 익혔다. 배구인들이 말하는 공을 달래서 치는 법과 연타의 효과를 배웠다.

대부분의 외국인선수가 겪는 과정이었다. 3라운드를 지나면서 차츰 힘을 빼고 때리기 시작했다. 7연승의 시작이었던 4라운드 LIG손해보험 경기가 쥬리치의 변화를 잘 보여줬다.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나빴던 날이었다. 쥬리치는 평소 이상의 수치를 작성했다. 배구는 힘이 아니라 머리와 요령으로 하는 경기라는 것을 확인시켰다. 이후 쥬리치는 다른 선수가 됐다.

● 흑묘백묘…“나가서 이겨주기만 한다면”

선수들과 살갑게 지내지 않은 쥬리치를 놓고 신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 쥬리치가 질색하는 것은 러닝과 오전훈련. 오전 내내 자신을 깨우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특정 선수에게 특혜를 주면 다른 선수들의 불만이 쌓일 것은 뻔했다. 신 감독은 토종 선수들의 이해를 구했다. 그렇다고 쥬리치를 왕처럼 대해준 것은 아니었다. 아프다고 하면 적당히 훈련도 빼주고 지칠만하면 쉬도록 배려했다. 달리기와 오전 훈련도 마찬가지였다. 신 감독은 이 과정에서 쥬리치와 나눈 ‘밀당’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밝히기를 꺼려했다. “둘 만의 약속이 있는데 시즌이 끝날 때까지 비밀”이라고 했다. 다만 현재 이 방식이 가져 온 결과에는 모두가 만족한다.

다행히 다른 선수들끼리는 호흡이 좋았다. 성균관대에서 선후배로 지냈던 서재덕 전광인 오재성 권준형이 팀을 이끌었다. 분위기 메이커 서재덕의 역할이 컸다. 경기 내내 쥬리치를 격려하고 칭찬하며 품어 안았다. 서재덕 전광인 오재성이 헌신적으로 수비해서 올려주는 연결은 다른 팀보다 훨씬 정교하다. 권준형의 토스도 100%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맞춰가고 있다. 요즘은 가끔은 칭찬도 한다.

배구는 코트에서 뛰는 선수 6명의 역량을 모아 완벽한 퍼즐을 잘 만드는 팀이 강팀이다. 한국전력도 쥬리치라는 개성강한 새로운 퍼즐에 서로 적응해가면서 이번 시즌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해가고 있다. 그 결과가 최근 7연승이다. 한국전력 퍼즐의 완성은 물론 플레이오프 직행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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