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수비조직력을 과시하고 있다. 10일 모비스와의 홈경기 전까지 동부는 평균 69실점을 기록했다. 이는 10개 구단 중 최소인 동시에 유일한 60점대 실점이다. 지난 시즌 최하위로 추락했던 동부가 한 시즌 만에 상위권으로 뛰어오른 데는 김영만(43) 감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 앉으나 서나 농구 생각뿐
프로농구 감독들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kt 전창진 감독은 최근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KCC 허재 감독은 9일 성적 부진의 책임을 치고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김영만 감독도 올 시즌 내내 극심한 스트레스와 싸웠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스트레스를 술, 담배 등으로 푼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편이었다. 김 감독은 스트레스마저 농구를 보면서 푼다. 경기 직후 팀의 경기 영상을 다시 보면서 복기하는 것은 기본이다. 단순히 동부의 경기를 되돌아보고 상대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매일 오전에는 미국프로농구(NBA), 미국대학농구(NCAA) 경기까지 섭렵한다. 김 감독은 “농구 보는 것이 제일 재밌는 것 같다. NBA는 선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농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경기를 보면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길이 보인다. 조직력이 좋은 샌안토니오의 경기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 김영만의 작품 ‘매치업존’
동부에는 국내에서 수비로 둘째가라고 하면 서운해할 김주성, 윤호영이 포진해 있다. 기본적으로 좋은 수비팀을 꾸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다. 이를 극대화시키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지난 시즌 이충희 전 감독이 지휘한 동부는 77.4실점을 기록했다. 10개 구단 중 최다실점이었다.
김영만 감독은 불과 한 시즌 만에 팀 실점을 8점 가량 줄였다. 동부가 자랑하는 ‘매치업존’은 김 감독이 많은 연구 끝에 만들어낸 수비다. 동부는 선수 구성상 데이본 제퍼슨(LG), 애런 헤인즈(SK), 리카르도 포웰(전자랜드) 같은 용병 포워드 수비 매치가 어렵다. 매치업존은 이들을 막는 데 큰 효과를 내고 있다.
6일에는 매 경기 고득점 행진을 펼치던 제퍼슨을 17점으로 묶으며 LG의 11연승 행진을 저지했다. 제퍼슨은 동부의 매치업존 상황에선 고작 2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날 28점을 올리며 동부 승리의 수훈갑이 된 용병 앤서니 리처드슨은 “우리 감독님의 계획이 좋았다. 나는 거기에 따랐을 뿐”이라고 밝혔다. 팀의 주축인 김주성은 “감독님께서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 그 때마다 상황에 맞는 전술을 준비한다. 항상 노력하시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매치업존도 상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팀에 같은 전술을 쓰더라도 매 경기 조금씩 변화를 준다. 계획이 늘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2차, 3차 계획까지 준비한다. 그러나 아무리 준비를 해도 선수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우리 선수들이 잘 따라주고 있기 때문에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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