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신 남자 핸드볼 국가대표 감독(42·사진)은 키로 ‘최고의 감독’이 아니냐는 질문에 신이 났다. 윤 감독의 키는 203cm. 프로배구 OK 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보다 3cm가 더 크다.
“농구의 (서)장훈이나 (김)주성이가 감독이 되지 않는 이상 제가 최고네요. 하하.”
윤 감독은 살아 있는 핸드볼의 전설이다. 다섯 차례 올림픽에 나갔다. 아시아경기에서는 5개의 금메달(1990, 1994, 1998, 2002, 2010년)을 따냈다. 윤 감독은 두 차례의 세계선수권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득점왕도 차지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11년간 8차례나 득점왕에 올랐다.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은메달에 그친 남자 핸드볼은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아경기까지 윤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겼다.
“지금은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야 할 때입니다. 무모한 도전일 수 있지만 제 심장이 먼저 반응을 했어요.”
윤 감독은 판을 뒤집을 참이다. 유망주를 과감히 뽑고, 대표팀 주력 선수들의 기량은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6일 발표된 국가대표 명단에 고교생인 박재용(대전 대성고)과 김연빈(부천공고)을 포함시킨 이유다. 윤 감독은 “아시아경기, 올림픽 성적 때문에 어린 선수들을 쓸 수 없었다”며 “축구의 이정협(상주)과 같은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과는 눈높이 소통을 약속했다. 윤 감독은 “나는 시대를 잘 타고 났다. 고마운 마음을 갖고 선수들이 나를 아래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감독의 첫 시험무대는 11월에 열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이다. 올림픽 출전 티켓은 단 1장.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대표팀을 꺾고 금메달을 딴 카타르를 넘어서야 한다. 선수 대부분을 귀화시킨 카타르는 지난달 열린 세계남자핸드볼선수권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윤 감독은 “선수들이 카타르를 상대한 뒤 상당히 충격을 받고 의기소침해 있다. 나부터 싸움닭이 돼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왼손잡이인 윤 감독은 요즘 오른팔을 자주 쓴다. 작전 판에 오른손으로 전술을 그리고 쓰는 재미가 붙었다. 이제 왼팔이 아닌 오른팔로 제2의 핸드볼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윤 감독이다. “오른팔은 싱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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