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핸드볼이 낳은 최고의 스타 윤경신(42·사진)이 위기의 남자핸드볼 대표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6일 남자핸드볼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윤 감독은 11일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 남자핸드볼이 힘든 시기인 줄 안다. 책임감을 갖고 (내가)가진 노하우를 다 쏟아 붓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 감독은 이어 “선수로서 5번 올림픽에 출전했는데 6번째 올림픽은 감독으로서 나가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대한핸드볼협회는 11월 시작되는 2016리우올림픽 지역예선전에 대비하기 위해 당초 예정보다 이른 2월에 새 감독을 선임했다. 윤 감독은 2월말∼3월초 사이 대표팀을 태릉선수촌에 소집해 첫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다. 11월까지 시간이 많고, 어차피 4월 리그가 개막되면 곧 해산될 상황이지만 대표팀 선수들의 ‘기강’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윤 감독은 “중동세가 강해졌다. (한국이 올림픽 티켓을 따내려면) 장점인 스피드를 더 키우고, 체력과 조직력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훈련량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도 경기에 임하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또 트레이너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쓴소리를 가했다. 국제대회에서 여자에 비해 실적이 좋지 않은 남자핸드볼의 위기를 돈으로 용병을 사와 전력 보강하는 중동국가의 득세 같은 외부요소에서만 찾지 말고, 내부의 정신력 강화로 돌파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단기적으로 리우올림픽 티켓이 절실하지만 윤 감독은 장기적인 과제로 세대교체를 내걸었다. 실제 이번에 발표된 대표팀 엔트리에 고교생이 2명이나 들어있다. 대전 대성고 골키퍼인 박재용과 부천공고 라이트백 김연빈이 그 주인공이다.
김연빈은 “대표팀 ‘삼촌’들하고 패기 있게 준비하겠다”고 수줍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연빈의 아버지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경희대 김만호 감독이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대를 이어 핸드볼 국가대표가 된 것이다. 윤 감독은 “(검증이 안 되어서) 무섭다고 노장만 데리고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당장 실력이 떨어져도 고교와 대학선수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