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 기자의 여기는 오키나와] 윤성환-안지만 “삼성에 남은 이유…사나이동맹 때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12일 06시 40분


‘145억 듀오’ 삼성 윤성환(왼쪽), 안지만이 전지훈련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145억 듀오’ 삼성 윤성환(왼쪽), 안지만이 전지훈련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 145억 듀오 윤성환·안지만

FA 앞두고 어느 팀이든 같이 가자 약속
“우린 패키지…같이 있어야 시너지 효과
돈 많이 벌게 됐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윤-지만이는 배짱 좋고 항상 자신감 넘쳐
안-성환이 형은 말없이 자기일 하는 유형

“남아도 같이 남고, 떠나도 같이 떠나자.”

지난해 겨울, 삼성 투수 윤성환(34)과 안지만(32)은 남몰래 이런 약속을 했다. 나이는 윤성환이 두 살 많고, 입단은 안지만이 2년 빠른 사이. 그러나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승리를 만들어 나가는 동안, 둘은 친형제처럼 서로를 다독이고 의지해왔다. 나란히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이들이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서 ‘사나이 동맹’을 맺은 이유다.

두 투수의 약속은 결국 최고의 결과를 낳았다. 윤성환과 안지만은 각각 4년 80억원과 65억원이라는 특급 계약을 맺고 삼성에 함께 남았다. 2군 훈련장에서 처음 만나 악수를 나눴던 선후배가 어느덧 둘이 합쳐 145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특급 듀오로 거듭났다. 삼성의 전지훈련이 한창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마주 앉은 둘은 “막상 우리가 함께 다른 팀에 갔다면 참 어색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아직 서로 ‘한 턱’을 내지 못했다는 이들에게 남다른 우정의 출발점을 먼저 물었다.

안지만(이하 안)=“형, 우리 처음 본 게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전지훈련 할 때였나요?”

윤성환(이하 윤)=“아니지. 경산에서 처음 봤지. 내가 대학교 졸업하고 들어와서 마무리훈련 할 때. 그때 지만이를 처음으로 만났는데, 선배들한테 예의가 바르고 아주 잘 하더라고요.”

안=“선수들이 팀에 정말 많잖아요. 그런데 그 중에서 형이랑 말이 통하고 스타일이 비슷하니까 자주 대화를 하게 됐어요. 사실 형을 처음 봤을 때는 아주 과묵했어요. 전형적인 운동선수 스타일 있잖아요. 말없이 자기 할 일 하고, 필요 없는 말은 안 하고.”

윤=“지만이는 다들 아시다시피 배짱도 좋고, 뭘 하든 항상 긍정적이에요. 자신감도 늘 넘치고요. 저는 지만이가 운동 별로 안 하는데 야구 잘 하는 게 부러워요. 나는 진짜 노력을 많이 해야 딱 자신감이 생기는데, 안지만은 별로 열심히 안 해도 야구 잘 하니까. 그런 거 보면 열 받기도 하고.(웃음) 공부 안 하는 데도 성적 잘 나오는 스타일이에요.”

안=“에이, 저는 그냥 누가 시켜서 하는 걸 싫어하는 것뿐이에요. 반대로 성환이 형은 남들이 10개 할 때 12개, 13개를 해요. 전 막 하려다가도 딱 하기 싫어지면 안 하거든요. 근데 형은 자기 할 일은 욕을 하면서라도 끝까지 다 해버려요. 그러다가 또 탄력 받아서 조금 더 하고. 그런 게 후배로서 배울 점인데 전 절대 못 따라 하겠어요.(웃음) 그리고 선배한테 잘 하고 후배도 잘 챙기시는 스타일이에요. 인간적으로 대해주니까 인간적으로 따르게 되죠.”

윤=“저도 똑같아요. 원래 괜히 정이 가는 후배들이 있잖아요. 선배들도 지만이를 다 좋아하지만, 후배들도 다 잘 따라요. 선수들뿐만 아니라 일할 때 훈련 도와주는 어린 친구들(훈련 보조요원들)까지 잘 챙기거든요. 정말 잘 하죠.”

안=“전 경상도 사나이니까.(폭소)”

삼성 임창용(왼쪽), 윤성환(가운데)이 전지훈련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막내 안지만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삼성 임창용(왼쪽), 윤성환(가운데)이 전지훈련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막내 안지만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윤성환과 안지만은 팀 선배 임창용(39), 한신 오승환(33)과 함께 ‘푸른 피의 F4’로 통한다. 야구도 잘 하고 외모도 출중한 네 명의 선수가 서로 이끌고 밀어주며 우정을 다지는 모습은 흡사 야구 만화의 주인공들을 연상케 한다. 올해 초에는 넷이 괌에서 개인훈련을 함께 하기도 했다. 특히 ‘패밀리’의 허리인 윤성환과 막내 안지만의 의리는 첫 FA라는 큰 시험대 앞에서 더욱 빛났다. 앞으로의 야구인생이 걸린 중대한 선택을 앞두고 둘은 손부터 맞잡았다. 그리고 삼성은 통합 4년 연속 우승을 뒷받침한 두 투수에게 충분한 보상을 했다.

윤=“사실 FA를 앞두고 우리끼리 ‘같이 있자, 아니면 같이 가자’는 얘기를 했어요.”

안=“어느 팀을 택하든 같은 선택을 하자는 뜻이었죠.”

윤=“우리가 패키지로 같이 있어야 둘 다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생각했거든요. 계속해서 같이 야구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고요. 그래서 삼성에 남으려면 같이 남고, 다른 팀에 가려면 같은 팀으로 가자는 뜻이 모아졌죠.”

안=“그래서 협상할 때 서로 어떻게 되고 있는지, 어떤 마음인지 얘기를 많이 했어요. 마지막 날 구단 사무실에도 같이 갔고요.”

윤=
“제가 먼저 합의를 마쳤는데, 사인을 안 하고 기다렸어요. 혹시 지만이가 결렬될 수도 있으니까. 밖에서 기다리다가 지만이한테 ‘나도 계약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30분 간격으로 둘 다 도장을 찍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만약 다른 팀에 둘이 같이 갔으면 정말 이상했을 것 같긴 해요.”

안=“저도 이제 와서 말이지만, 솔직히 다른 팀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대구에서 쭉 살았고, 어릴 때부터 삼성 야구 보면서 컸고, 지금 코치님들도 다 어릴 때 봤던 분들이고, 좋은 형들하고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윤=“지만이가 계속 그 얘기 했었어요. 정말 삼성에 있고 싶다고. 저 역시도 그랬어요. 최고의 팀이잖아요. 우리 팀에 있다가 다른 팀에 간 선수들에게 물어봐도, 이만한 팀 없다고 해요. 선수들이 정말 야구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팀이거든요. 최고의 시나리오대로 됐어요.”

안=“저를 야구할 수 있게 만들어준 팀이고, 여기서 나도 열심히 했고, 성환이 형처럼 좋은 형도 만났고. 좋네요, 참.”

1년 사이 이들의 몸값은 훌쩍 치솟았다. 그러나 마음가짐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지나친 의욕도,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도 없다. 둘은 “돈을 많이 벌게 됐다고 우리에게 달라질 건 없다. 하던 대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저 늘 그랬듯이 또 한번의 우승을 위해 묵묵히 공을 던지고 온 힘을 쏟을 생각이다. 올해도 윤성환의 뒤에는 안지만이 기다리고, 안지만 앞에는 윤성환이 출격한다. 그들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든든한 힘을 얻는다.

안=“형이 잘 하면 저에게도 기회가 많이 오잖아요. 둘 다 잘 해서 ‘돈 많이 받고 해이해졌다’는 얘기 안 들었으면 좋겠고, 나중에 한 번 더 FA를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윤=“지만이에게 하고 싶은 얘기요? 알아서 잘 하니까 다른 건 없고, 그냥 내 승리를 지켜달라고 말하고 싶네요(웃음). 예전에 (오)승환이도 그렇고, 지만이도 그렇고, 1년에 날리는 승리가 진짜 몇 개 안 되잖아요. 근데 꼭 제 걸 날려요. 지만이 말로는 너무 친하다 보니까 오히려 부담 된대요.”

안=“그게 진짜 그래요. 원래는 선발투수가 누군지 생각 안 하고 딱 지금 상황을 잘 막을 생각만 하고 던지는데, 올라가기 전에 ‘성환이 형이 선발이다, 1점차다’ 하면 ‘맞으면 안 된다, 막아야 한다’ 이런 생각이 괜히 드는 거예요. 더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형이 2012년에 10승에 딱 1승 모자랐을 때, 그때도 저랑 승환이 형이 같이 못 막아준 게 있었어요. 둘 중 하나만 막았어도 됐는데, 엄청 미안하잖아요. 연속 10승 기록이 정말 중요한 건데.”

윤=“그런데 이런 건 정말 농담으로 하는 얘기고, 사실 이 친구들이 미안해 하지만 저는 정말 괜찮아요. 솔직히 전혀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사실 승환이나 지만이가 그동안 제 승리를 지켜준 게 어마어마하잖아요. 저는 정말 든든했고요. 오히려 제가 고마워해야죠.”

안=“불펜투수들이 승리 날리고 선발투수한테 가서 ‘죄송합니다’ 할 때, 사실 말이 전부가 아니라 정말 미안해서 어디 숨고 싶거든요. 그래도 그 말을 하게 돼요. 그러면 성환이 형이 딱 그래요. ‘야, 괜찮다. 네가 막은 게 더 많지, 잃은 게 더 많나. 다음에 또 막아주면 되지.’ 그러면 제가 또 그렇게 힘이 나요.”

오키나와(일본)|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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