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73) 감독이 껄껄 웃었다. 포수 출신이지만 최근 고치 스프링캠프 홍백전과 연습경기에서 외야수로 나서는 박노민(30)에 대해 묻자 대답 대신 웃음부터 터뜨렸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하마터면 박노민에게 묶여 봉변(?)을 당할 뻔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때는 지난해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박노민이 타격훈련을 할 때 자신도 모르게 팔꿈치가 자꾸 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김 감독은 이런 습관을 고치기 위해 고민하다 줄을 가지고 오게 했다. 그리고는 박노민과 마주 섰다.
“팔하고 몸을 묶어라.”
김 감독의 지시가 떨어지자 박노민이 긴장한 듯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비장한 표정으로 줄을 김 감독 머리 뒤로 넘겼다. 감독의 명령이니, 마치 나라라도 구할 듯한 결의에 찬 표정.
“야 이놈아, 지금 뭐하냐.”
놀란 쪽은 김 감독이었다. 박노민은 줄로 김 감독을 묶으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어버렸다.
“날 묶지 말고, 널 묶으란 말이다.”
그제야 박노민은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 김 감독 머리 뒤로 넘겼던 줄을 풀어 자신의 양팔을 몸통에 꽁꽁 묶었다. 김 감독은 하마터면 선수한테 포박당할 뻔했던 이런 일화를 들려주며 “참 순박한 아이야”라며 웃었다.
김 감독은 박노민에 대해 “고양 원더스 감독할 때 한화 2군하고 경기를 하면 그 친구가 승부처에서 대타로 나와 꼭 결정타를 쳤다. 예전 SK감독 시절에도 1군경기에서 박노민한테 몇 번 맞아 기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4년 입단했으니 올해로 프로 12년차 포수. 아직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김 감독은 이번 고치 캠프에서 그의 타격을 살려보기 위해 여러 가지를 고심하고 있다.
가장 궁금한 것은 홍백전에서도 그렇고, 11일 일본 사회인야구팀인 시코쿠은행과의 연습경기에서도 포수가 아닌 외야수로 나섰다는 점. 포수를 접고 외야수로 전향하는 것일까.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어깨가 좋아 비상시에는 외야수로도 보낼 수 있겠지만, 박노민이 주전 외야수가 되면 우리 외야 라인이 어떻다는 뜻이겠냐. 포수 봐야지”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설명을 곁들였다.
“외야수나 포수나 공을 내야 베이스에 던지는 이론은 비슷해. 정확히 송구하기 위해서는 하체를 사용해 빠르고 강하게 공을 찍어눌러야하는데, 포수 볼 때 하체를 사용하지 못하고 종종 중견수 쪽으로 던져버릴 때가 있더라고. 그걸 잡아야지. 그런데 그놈 생각만 하면 내가 묶일 뻔했던 기억부터 떠오르니 원. 허허.”
한편 박노민은 이날 시코쿠은행전에 5번 우익수로 선발출장해 5-5 동점이던 8회말 빨랫줄처럼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2점홈런을 날려 상대팀을 포박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방망이는 잘 쳐”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