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레퍼런스(BR·www.baseball-reference.com)를 만든 션 포먼 박사가 기자와 e메일을 주고받다가 ‘깜짝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 사이트는 메이저리그 기록의 보고(寶庫)로 유명하지만 한국, 일본 프로야구 기록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전에는 시즌이 끝나면 1년 기록을 정리해 올리는 형태였는데 이제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도 매일 정리하겠다는 사실을 알려온 겁니다.
인터넷 시장조사업체 알렉사에 따르면 BR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 전문 케이블방송 ESPN의 메이저리그 페이지에 이어 야구팬들이 세 번째로 많이 찾는 웹사이트입니다. 아마 구글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를 검색해 본 적이 있는 팬이라면 우연이라도 이 사이트에 들어가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영어로 ‘Ryu Hyun Jin(류현진)’을 쳐서 넣으면 맨 위에 이 사이트로 가는 링크가 뜨니까요.
포먼 박사는 원래 미국 세인트조지프대 응용수학과 교수였습니다. 그는 “베이브 루스 같은 옛날 선수들의 기록을 온라인에서 찾으려고 했는데 못 찾았다. 그래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라고 생각해 2000년 이 사이트의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BR에서 제일 인기 있는 선수는 단연 루스라고 하네요. 그 다음은 배리 본즈.
그러면서 “야구팬은 누구보다 ‘순위 매기기’를 사랑하는 부류다. 우리는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가능한 한 객관적인 잣대로 측정해 팬들에게 전달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가 말하는 ‘우리’는 이제는 이 사이트 운영이 주업이 된 포먼 박사와 직원 5명입니다.
BR는 그저 선수들의 기록만 제공하는 게 아닙니다. ‘플레이 인덱스(Play Index)’라는 도구를 활용하면 ‘2루수와 3루수로 모두 출전한 적이 있는 왼손잡이 선수는 몇 명?’ 같은 질문의 답도 얻을 수 있습니다.(정답은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 한 명뿐입니다) 포먼 박사는 “야구 팬이 궁금해하는 모든 질문에 답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전했습니다.
돈은 어떻게 벌까요? 플레이 인덱스를 100% 활용하려면 유료 회원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또 선수 페이지마다 광고주를 모집하기도 합니다. 현재 류현진의 기록 페이지에 광고하려면 150달러(약 16만6500원)를 내면 됩니다. 포먼 박사는 “옥타비오 도텔 같은 선수는 자기 페이지 광고비가 너무 비싸다고 에이전트를 통해 연락해 와 50달러로 내려줬다”며 웃었습니다.
‘야구의 숨은 게임(The hidden game of baseball)’이라는 책에는 “통계 없이도 야구를 사랑할 수는 있지만 통계 없이 야구를 이해할 수는 없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말을 따르자면 KBO 팬들은 야구를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현역 시절 ‘해결사’라고 불린 한대화가 정말 찬스 때 강했는지 보통 야구 팬이 확인할 수 있는 길조차 전혀 없는 게 현실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KBO 기록까지 정리한 포먼 박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저작권 문제로 야구 기록 사이트 하나 마음대로 만들 수 없는 우리 현실에 씁쓸한 미소를 짓습니다. 넥센 박병호의 성적을 알아보려고 BR 검색창에 ‘Park Byung Ho’라고 치는 건 역시나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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